♬♪

“넥타이? 티타니아 건데.”

 

 
주소:  홍콩, 란타우 섬, 디즈니랜드 리조트, D동 109호, 찰리
이름:  엘리엇 찰리 로저 / Eliot Charlie Roger
나이:  17세
생일:  1월 2일
 
   
   

 


 

외관

말쑥한 차림새가 처음 도착했을 때와는 사뭇 다르다. 키가 자랄 때마다 애매하게 품이 안 맞던 교복을 새로 맞췄다. 허리에 가깝게 내려오는 머리카락과 검은 매니큐어 칠한 손톱은 잘 관리된 티가 나고, 도금이 다 벗겨진 귀걸이 대신 백금의 새것을 달고 다닌 지 어느덧 2년. 멋스럽게 잘라 얼굴 언저리에서 구불거리는 앞머리와 보완할 것 없는 얼굴이 조화를 이룬다.


반듯한 이마에 가지런한 눈썹, 쌍꺼풀이 짙고 위아래 속눈썹 숱 많은 눈이 새파랗다. 살짝 처진 눈꼬리가 웃을 때 곱게 접힌다. 길고 끝이 올라간 콧대 중앙에 못 보던 점이 박혔다. 본 적 없는 것이나 원래 있어야 했던 듯 맞춰들어간 덕분에 언제쯤 나타났는지도 알기 어렵다. 즐겁든 시큰둥하든 관심이 없든, 설령 짜증이 나도 미소짓는 입꼬리가 마치 그렇게 만들어진 것처럼 말려올라가 있다.


창백하게 질린 시절이 어디 갔냐는 듯 뺨이 붉고 생기가 도는 청년. 길쭉하되 마른 나뭇가지 같던 이전과 다르게 식이와 운동을 병행하여 제법 사람 꼴을 갖췄다. 성년을 한 해 앞둔 소년 특유의 자신감이 돋보이며, 미숙한 설렘과 어설픈 기대가 3년간 반복된 호그와트로의 루틴에 완벽하게 적응된 태도로 무마되었다. 규칙과 담장을 아무렇게나 넘나들고 수업과 과제를 빼먹는 것은 이제 언급하기도 입 아프고, 그보단 변화에 대해 말하는 게 더 유쾌한 일이다. 더 이상 악재가 없어 끊어지지 못한 황수정 팔찌와 오른쪽 귓바퀴의 피어싱, 그리고 푸른 넥타이. 후배가 들어왔다면 기숙사를 속여먹을 수 있었을 텐데. 고작 그 기회가 아쉽기나 하다.

 

 

성격

흥미 본위의 | 느긋한 | 쉽게 질리는 | 가장자리의 고정추

 

 

기타

믿거나 말거나 ‘나만의 방’에는 자아가 있다.


사유와 소통이 가능한 정도는 아니고, 주인을 꼭 닮은 정도라는 게 엘리엇 찰리 로저의 주장이었다. 어차피 그 ‘사기꾼’의 말인데다 방 주인의 의견이다보니 늘 그렇듯 실없는 장난으로 치부되기 일쑤였으나 무엇이든 쉽게 질리고 금방 그만두는 성격에도 햇수로 4년간 꾸준히 지속되는 장난은 드문 편이었다. 찰리는 잊을 만하면 제 방에 자아가 있다고 떠들어댔다. 기쁜 날에는 방이 넓어지고 지루한 날에는 좁아진다고 했다. 어떤 날에는 반대로 말하기도 했다. 슬픈 날에는 방이 좁아지고 더 슬픈 날에는 넓어진다는, 말도 안 되는 소리도 있었다. 다른 농담들과 마찬가지로 찰리가 누군가의 선배가 될 수 있었다면 보다 효과적이었겠지만 몇 년간 그를 겪어 온 학생들은 도통 믿을 수가 없는 소리였다. 그러나 찰리는 이따금씩 진실을 털어놓듯 ‘나만의 방’ 얘기를 했다.


사실은 이렇다:

‘찰리의 방’에는 잡동사니가 너무 많았다. 1학년이 끝나기 직전 치고박고 싸우는 바람에 구겨지고 찢긴 트럼프 카드 세트, 1학년 때부터 배운 교과서들, 노트 정리에 도전했다가 지루해서 그만둔 흔적들, 쓰레기들, 구석이 눌려 패인 철제 틴케이스, 그것만 반짝거리게 닦아 놓은 탁상용 거울, 얼굴에 바르는 크림, 머리에 바르는 오일, 책상 위에 아무렇게나 전시된 블러저 모형과 그보다 더 마구 내팽개쳐진 퀘이플과 스니치 세트, 남의 기숙사 넥타이, 가위바위보 이겨서 뜯어낸 다른 학년 기말과제(쓸모도 없다), 3학년 말에 결국 명줄을 다하고 두 동강이 난 미키마우스 캐리어, 그 안에 처박아놓은 사복 두어 장,  8갈레온짜리 부엉이를 사면 2갈레온에 묶어 파는 새장, 바닥을 잘 쓸어보면 먼지와 함께 1학년 때나 하고 다니던 귀걸이와 검은색 매니큐어 공병까지 나온다.


문을 열면 너덜너덜한 ‘찰리찰리, 거기 있니?’ 도화지가 기우뚱 쏟아진다. 고개를 옆으로 쑥 빼서 우스꽝스럽게 문지기를 피하고 나면 잡동사니의 바다를 헤치고 침대까지 가야 한다. 책상 의자에는 교복 바지와 셔츠가 대강 걸렸고 망토는 캐리어에서 꺼내지도 않은 모양이다. 그러고 보니 호그와트로 돌아오는 길에 새 캐리어를 샀다! 아무런 캐릭터도 그려져 있지 않은, 그야말로 완벽한, ‘평범한’ 검은색 캐리어다. 급행열차는 물론이고 기숙사까지 고이 모셔안고 내려가려다 제 풀에 지쳐 쓰러지셨다. 퀴디치 선수가 된 지도 이년째고 저질체력탈출 동아리의 효과도 톡톡히 보았는데, 왜 계속 비실한(“그렇게 보이는 거야. 착시현상이라니까. 아침에 탄단지 챙겨서 웨이트하고 운동장도 뛰었어. 제발. 거짓말 아니야. 내 블러저 걸 수 있어.” “네 블러저 아니잖아. 학교 거잖아.” “디테일은 넘어가 줄 순 없었니…….”) 걸까? 아무리 피부를 태워도 힘없이 새하얀 이유와 같겠다.


‘나만의 방’을 나오면 곧잘 언리미티드 버스터즈 부실에 박혀 있거나 결투 클럽에서 아무나랑 붙어 상처 한두 개 달기 일쑤고, 저질체력탈출 동아리원을 만나면 슬픈 눈으로 도망친다. 열일곱 먹고도 실없이 살며 래번클로 탑 앞에서 애인 기다리는 게 낙인 삶. 그런데 나오는 사람은 매번 다르다. 그래봤자 티타니아 노엘이거나, 동급생이거나, 7학년 선배들의 놀림이거나, 그것도 아니면 물어보는 사람한테 장난치려고 찰리 혼자 쌩쑈하는 중이거나다. 여전히 그럴듯한 미소를 짓고 받은 선물을 주렁주렁 달며 재미없는 짓은 죽어도 안 하겠다고 우긴다. 어떤 어른이 되려고 이러나, 들여다보면 나름 그럴듯한 계획을 구상하고 있는 듯. 17살치고 제법 늦은 게 아닌가 싶다만 평소 다니는 꼴을 보면 마치 캐릭터 머리띠를 몇 내가 쓰고 손에 음식을 잔뜩 들고도 어디론가 바쁘게 걷는 디즈니랜드 손님 같다. 행복하고 즐거워 보인다는 뜻이다. 겉으로는 그렇다.


주목해야 할 것은 디즈니랜드에도 폐장 시간이 있다는 점이겠다.

어쨌든 올라가기만 하던 롤러코스터도 언젠간 하강할 테고, 찰리의 유년은 그때 끝날 거다.


어라, 그러고 보니 부엉이가 돌아오지 않았다…….

 


NG

없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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