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냥 라일리야. ”

 

 

 
주소:  싱가포르, 센토사 섬, 실로소 해변길 46, 
서핑 레크리에이션 센터 1층 안내 데스크 뒤편의 라일리

이름:  라일리 슈 | Rylie Xu
나이:  13세
생일:  12월 27일
 

 

" 터져라 "

     
     

 

외관

넓은 잎 사이로 드는 볕 아래에 선 라일리의 노란 머리칼은 맞지 않는 뚜껑을 억지로 얹어 둔 상자처럼 부자연스럽다. 사실 라일리 외의 그 누구도 그런 감상을 갖지 않고 있더라도 라일리의 까만 눈에는 그렇게 보인다. 눈썹까지는 물을 들여도 렌즈를 쓰기에는 눈이 너무 뻑뻑했거든. 이렇게 말해도 사실 머리 색 같은 건 그렇게 중요하지 않다. 라일리도 알고 있다. 뿌리 끝부터 다른 색을 한 머리를 갖고 있었더래도 라일리는 거울 속 그대로의 모습으로는 만족하지 못했을 것이다. 

중요한 건 라일리가 바다가 보이는 이 자리에 앉아 있다는 것이다. 앞으로는 실로소 해변의 웃음과 잡담과 파도 소리와 햇볕, 뒤로는 센터의 인공 서핑장에서 들려오는 환호와 즐거운 비명이 자리한 이 곳에. 공원의 나무 아래 그늘에, 시원한 방 안의 창가에, 운동장의 구령대에, 체육관의 휴식용 벤치에 앉아 있고 같이 어울려 뛰는 일은 거의 없었으며 앞으로도 없을 거라는 점이다. 그러니까 눈이나 머리 색 같은 것 따위는 중요하지 않다. 까만 머리를 물들여 봤자 멍청한 소리를 들을 뿐이고 달라지는 것은 아무것도 없으니까.

 

하지만 그렇지, 나를 이루는 것들 중에 하나라도 마음에 차는 게 있었으면 아무것도 바꿀 필요가 없었겠지. 그것만은 맞는 말이다.

 

성격

통제불능의 신경질 | 자잘한 정 | 인정욕구

 

 

기타

싱가포르, 주롱 웨스트 스트리트에 위치한 플랫 12층의 슈 일가는 총 여섯 명이고, 라일리를 제외한 모두가 검은 머리칼을 가지고 있다. 눈 색은 검거나 푸르고 성격도 제각각이지만 그들 모두가 쭉 뻗은 신장과 어지간해서는 누군가에게 지지 않는 팔다리를 갖고 있다는 점만은 동일하다. 젊으실 적 서핑 선수 생활로 받은 상금을 모아 실로소 해변에 인공 서핑자을 세운 할아버지를 시작으로 해서 그 집안에 사는 사람들은 경찰이 하나, 은퇴한 군인이 하나, 복역 중인 군인이 하나에 경찰 지망생이 하나, 그리고 그냥 라일리로 구성되어 있다. 

 

집 안에서 라일리는 그야말로 금 간 인형 같은 아이. 어릴 적에 크게 앓은 적이 있고 그 후유증이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고 하니 이해하지 못할 바는 아니다. 캐치볼 정도로 부서지는 것도 아닌데. 뛰거나 계단을 오르면 숨이 찬다지만 고작 그뿐인 일인데. 생각하더라도, ‘나도 하고 싶다’는 요청에 ‘끼워’ 주었을 때 자신을 ‘상대해 주는’ 가족이나 친구들의 ‘조심스러운’ 태도를 눈치채면──아주 약간이라도 그런 기색을 읽고 나면 라일리의 기분은 바닥을 쳐서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게 되어 버린다. 장래희망에 ‘경찰’을 적어 냈을 때 ‘너라면 힘들 텐데’ 라는 말 대신 ‘그래, 경찰이래도 여러 직무가 있으니까’ 같은 다정한 응원을 듣는 것이 못 견디게 싫다. 그래서 라일리는 예민하고, 까다롭고, 변덕스럽고, 신경질적이다. 무슨 말이든 한 번 꼬아 듣고 마는 게 가장 심각한 고질병이다.

 

그래서, 라일리는 매일 집 밖에서 시간을 보낼 이유를 찾는다. 친구를 만난다던가 학교에서 일이 있다던가, 하는 몇 안 되는 핑계 중에 라일리가 제일 애용하는 것은 “할아버지네 가게에 다녀올게요” 다. 다정한 가족들은 학교나 친구들 사이의 라일리를 걱정하지만, 가족─설령 그것이 센터 운영에 바빠 라일리를 잘 들여다보지 못하는 할아버지라고 해도─과 함께 있는 라일리는 걱정하지 않는다. 그래서 해가 질 때 쯤이면 울리는 벨 소리를 들을 일도 없고, 원한다면 센터 위층에 있는 작은 방에서 자고 갈 수도 있다. 라일리는 그 작은 방이 좋았다. “바다 소리가 들리잖아요.” 그것도 맞지만, 복작거리는 가족들 없는 저녁을 보낼 수 있으니까.  

편지를 받은 날에도 어김없이 집을 나와 센토사 섬까지 가 있었기 때문에, 부엉이가 물고 온 편지는 해변가의 라일리에게 바로 도착할 수 있었다. 믿지 않고 찢어 버렸기 때문에 두 번째 편지가 왔고, 무서운 마음에 비명을 지르며 새를 쫓아냈기 때문에 세 번째 편지는 플랫 1층의 우체통에 들어갔다. 그 편지를 뜯어 본 가족들도 믿지 않았기에 부엉이는 어느 날 가족의 단란한 저녁 식사 자리를 습격하더니 편지를 든 인간이 되었다──라일리 슈를 ‘마법 학교’에 데려가야 한다는, 터무니없는 소리를 떠드는 인간이. 

 

반대는 있었지만 슈 일가는 그들의 아픈 손가락인 막내의 고집을 이기지 못했다.
그 ‘아픈 손가락’은 이런 생각이었다: 이 ‘날씨는 좋고 사람들은 다정하고 매일이 행복한’ 고향에서 떠날 수 있다니 잘 됐다! 

이름도 낯선 호그와트. 가본 적도 없는 바다 건너의 영국. 비가 오고 안개가 끼고 춥지도 덥지도 않은 눅눅한 날씨가 대부분이라지. 라일리 슈를 모르고 라일리 슈도 모르는 세상이라니 잘 됐다. 집을 나갈 수 있는, 이렇게 완벽한 핑계가 찾아오다니, 정말로 잘 됐다. 그 곳이 제 마음에 들지, 들지 않을지는 가 봐야 알 수 있는 일이라도 좋다. 적어도 그 곳이라면 ‘겉도는’ 기분을 느끼지 않을 테니까──혹여 그런 기분이 든다 해도, 전혀 이상하지 않은 일일 테니까. 

익숙한 고향에서 별종이 되기보다는, 낯선 타향에서 이방인이 되는 편이 훨씬 낫다. 

 


&트리비아: 라일리 슈

[선호] 딱히 생각나는 게 없다.

[불호] 배려와 친절. 기준은 그때그때 달라진다.

[장래희망] 물어볼 때마다 달라진다.

[취미] 구기종목부터 격투기까지, 스포츠 경기라면 종목을 가리지 않고 무엇이든 잘 본다.

[특기] 스포츠 중계를 보면서 비난인지 조언인지 모를 코멘트를 쏟아내기(본인은 심술이라고 칭한다). “라일리는 보는 눈이 있네” 라는 말을 종종 들었고, 그 때마다 “말로는 뭘 못해?” 라며 일축했다.

 

지팡이는 아카시아 나무, 불사조의 깃털, 8인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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