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님, 저희에게 일용할… 어, 어? 바로 먹어도 되나요…? ”

 

 

 
주소:  피에몬테, 성 지타 수도원, 고해실 아래 지하 창고, 도나텔라.
이름:  도나텔라 “아라크니드” 세라피나 | Donatella “Arachnida” Seraphina
나이:  11세
생일:  8월 31일
 

 

" Miserere "

     
     

 

외관

수도원의 거미는 11년이나 거미줄을 쳐본 적이 없었다.

 색바랜 백금발이 어중간한 길이에서 잘린 채 흔들거린다. 장막처럼 드리운 머리칼 사이로 진녹색 눈동자가 조심스레 움직이는 것이 보였다. 햇살 별로 받지 못한 피부는 창백하고, 먼지를 뒤집어 써 지저분하다. 화덕에서 긁어모은 재를 물에 개어, 흙먼지투성이 담벼락에 펴바른 것 같은- 초라한 초상화. 열기 식은 그을음이 그려낸 얼굴은 이유도 없이 주눅들어 있다. 다른 사람의 눈을 마주치지 못하고, 작은 움직임에도 쉬이 움츠러들며, 빛보다 어둠을 향해 시선 둔다. 몸에서는 아무런 냄새도 나지 않았으나, 입 밖에 뱉는 말에서 느껴지는 곰팡내가 짙고도 짙었다. 눈두덩에 진 그늘 또한 그러하다.

  굴 밖으로 나온 거미는 웅장한 고성 앞에 압도당했다.

  허우대는 멀쩡하였으나 자세가 구부정한 탓에 일견 왜소하게 느껴진다. 망토 자락 쥔 손가락이 거미의 다리처럼 앙상하다. 그런 제 몸 밖에 드러내는 것이 불안한 듯, 검은 옷감을 빈틈없이 몸에 두르고 피부 하나 내보이지 않도록 단단히 여민다. 신입생임에도 교복에는 사용감이 가득하고, 지참한 물건들에는 낡은 감이 있다. 이를 다루는 손짓 또한 서툴기 그지 없다. 허둥대는 움직임이 주변의 비웃음을 산 것만 몇 번이던가? 불빛 비추어진 벌레가 그러하듯, 그의 몸짓은- 마치 숨을 곳을 찾아 헤매고 있는 것 같이 보인다. 흘끔거리는 눈짓, 어색한 꼼지락거림. 기도인지 혼잣말인지 알 수 없는 중얼거림이 언제나 그의 곁을 맴돈다. 

 그럼에도 어둑한 숲을 보는 겹눈은 기대로 반짝인다.

 인적 드문 곳에서 그가 보이는 모습은, 그러나, 또 사뭇 다르다. 늘 질질 끌리던 발걸음은 경쾌하게 낙엽을 짓밟고, 파드득 떨리던 손가락은 섬세하게 나무 결을 따라간다. 친절한 인사에도 움찔하던 이가 어둠 속의 기이한 소리에 조용히 귀 기울이는 모습은, 뭇사람들로서는 이해하기 어려운 광경일 것이다. 그러나 이는 기만이라 하기는 어렵다. 그는, 다만 진실로, 사람의 세계를 걷기 힘들어했다.



성격

[ Main Keywords : 소심하고 주눅들어있는 | 우울하고 음침한 | 낯가림이 심한. ]
[ Sub Keywords : 어딘가 초탈한 | 정직하고 우직한. ]

 

 

기타

       [ 1. 기본 정보 ]

  • 에이젠더, (법적 성별 여성, 여성 패싱, 이에 대해 다소의 불쾌감을 느끼나 표출하지 않음.) 팬 섹슈얼, 그레이 로맨틱.
  • 이탈리아 피에몬테 지역 출신. 주소지는 피에몬테 교외에 위치한 성 지타 수도원.
  • 고아. 어려서부터 수도원에서 거주하였으며, 법적 보호자 또한 수도원장으로 되어 있다. 때문에 기독교 특유의 행동 양식을 자연스레 체화한 듯 하다.
  • ‘마법’에 대한 개념이 제대로 잡혀있지 않음은 물론, 수도원 바깥의 세계 전반에 대해 무지한 편이다. 때문에 마법 사회 기준으로도, 비 마법 사회 기준으로도 요령이 모자란 모습을 자주 보인다.
  • 서류상의 이름, 다시 말해 정식 이름은 도나텔라 뿐. 세라피나는 기독교식 세례명이고, “아라크니드”는 수도원 시절에 불리던, 별명 내지는 멸칭이다. 다만 본인은 이쪽으로 불리는 것에 익숙한 모양.
  • 호칭, 혹은 숙소의 영향으로 인해 흔히 벌레라고 불리는 절지동물들에 대한 거부감이 거의 없다. 그 중에서도 특히 거미를 좋아하는데, 실을 잣는 모습이 예쁘다고.


    [ 2.  수도원의 거미 ]
  • 성 지타 수도원은 수도회 건물과 부속된 고아원으로 이루어진 작은 규모의 수도원으로, 교단에서 나오는 보조금과 관광 부수입을 통해 유지되고 있다. 지타 수도원은 그의 고향이고, 집이며, 동시에 감옥이다.
  •  성직자라 함은 마땅히 신의 뜻을 지상에 전파하여야 마땅하나, 육신을 입은 인간은 쉽게 미혹된다. 사람 사이에서 일어나는 갈등과 죄악은 당연하다는 듯 성직자들의 둥지에도 일어나며, 그는 이를 몸으로 겪어 알고 있다.
  •  기억에 남아있는 가장 오래된 순간부터, 그는 수도원의 형제자매들이 그를 싫어함을 알았다. 어딘가 꺼림찍한 것처럼 거리를 두는 어른들은, 비록 그를 물리적으로 폭행하지는 않았으나, 정서적으로 압박하고 은근히 홀대하였다. 어른들에 비해 수가 적었던 아이들 또한, 그런 어른들의 태도를 본능적으로 읽어내고 따라 그를 따돌렸다.
  •  그들은 왜 그러했는가? 그는 당시에도 몰랐고, 지금도 모른다. 저의 출생에 대한 소문이 도는 것을 아나 깊이 파보지는 않았다. 태어나면서부터 겪은 집단적 배척은, 저항하려는 의지를 꽃 피울 기회마저 앗아가버렸다. 그냥, 그러려니 했을 뿐이다. 뜻이 와닿지 않는 기도문을 습관적으로 암송하면서. 식사 시간에 몸을 숨기고, 모두가 잠든 사이에 홀로 부엌을 뒤적거리는 것은 그에게 있어 일상이 되었다.
  • 빛보다 그림자에 안온함을 느끼게 된 그는, 제게 주어진 숙소보다 고해실 아래 창고에서 지내는 시간이 더 많아졌다. 눅눅한 곰팡내와 벌레 움직이는 소리가 가득한 공간이었으나 그는 오히려 그 것들이 마음 놓였다. 거미줄에 놓인 가로줄의 바퀴수를 헤아리던 어느날 밤, 그는 편지를 받았다. 자신이 ‘마법사’라는 편지를. 


    [3. 고성 속 거미 ]
  • 여느 때와 같은 수도원 식구들의 짓궃은 장난으로 여긴 그는, 처음에는 편지에 적힌 내용을 보지도 않았다. 창고의 부서진 상자에 편지가 8통 가까이 쌓였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그러나, 그로부터 3일 뒤. 창고에서 잠을 깬 그는, 머리 위의 커다란 거미줄이 또렷한 글자의 형태를 이루고 있음을 목격한다. 피에몬테, 성 지타 수도원, 고해실 아래 지하 창고, 도나텔라. 마침내 그는 편지를 뜯었다.
  •  밑져야 본전이라는 마음에, 밤에 몰래 수도원을 빠져나온 그는, 수도원 입구 앞에서 저를 기다리고 있던 정중한 신사를 만났다. 신사는 자연스럽게 그를 데리고 공항으로 향하였고… 이후의 일은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 처음 보는 문물이 너무 많아서, 눈이 돌아갈 지경이었기 때문이다. 마침내 9와 ¾ 승강장에 도착했을 때, 그의 팔에는 언제 산 것인지도 모르겠는 마법 물품들과 생활도구들이 산더미처럼 안겨있었다. ‘예산 문제’ 상 대부분의 물품이 질 낮거나 중고품이었지만, 그는 신사의 형식적인 사과가 귀에 들어오지도 않았다.
  • 신사와 헤어지고, 돌벽에 몸을 박아 통과하고, 구시대의 증기 열차에 몸을 싣은 지금에 이르러서야 그는 잠시 자신이 무슨 일에 휘말렸는지를 반추해본다. 긴 꿈을 꾸는 것인가 싶기도 하였으나, 손에 들린 긴 지팡이-무슨 더듬이에 무슨 나무를 썼다고 한 것 같은데, 사실 다 까먹었다.-의 감촉은 너무나도 단단했다. 옆자리에서 왁자지껄 떠드는 아이들의 목소리 또한 선명하다.
  • ‘오, 주여.’ 작게 중얼거린 그가 목에 건 십자가를 쥐며, 제게 익숙한 신의 이름을 부른다. 푹 숙인 고개가 흥분과 두려움으로 떨렸다. ‘제게 어떤 시련을 내리시나이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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