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겉과 속이 다른 "
“ 안녕, 우리 처음 보지? ”
주소: 미시시피, 리크 카운티 미츠 헤이븐, 버렌 가 909번지 다락방 이름: 메이브 밀번 | Maeve Milbourne 나이: 14세 생일: 10월 28일 |
" 우리가 이미 너의 일부분인 거 알잖아. "
외관
여성 패싱, 고전 유화에 나오는 아이 같은 생김새. 얼굴을 뜯어보면 사과처럼 불룩한 광대뼈와 갸름한 턱이 아주 인상적이나 전체를 모아놓고 보면 이상한 부조화가 느껴졌다. 다갈색 머리카락을 하나로 내려 묶어 단정해 보이지만 속을 들춰보면 상해서 엉킨 다발이 보일 것이다. 손톱은 깔끔하게 잘려있고 거스러미 하나 없지만 손바닥은 이상하게 거칠고 굳은 살이 박혀 있다. 이렇듯 신경써서 뜯어보지 않으면 모를 거슬림이 군데군데 돋아있다. 어디가 이상하다고 콕 집어 말할 수는 없는 기묘한 분위기가 조금씩 흘러나오는데 이를 표현할 말을 찾아보자면…. 그래, 운무 낀 바다의 을씨년스러움을 한데 뭉쳐두고 뼈와 가죽으로 비밀스럽게 포장한 것만 같다.
굴곡진 삶을 가진 아이, 그 중에서도 내면의 전쟁을 많이 겪은 아이 특유의 조급함과 불안함, 약간의 체념이 엿보이고 타인과 눈을 잘 마주치지 못한다. 이상하게 단정하고 쾌활하며 불안정하다. 꼭 들키면 안 되는 비밀이 있는 것처럼.
성격
변칙적이고 | 파악이 불가하나 | 드러내지 않는 | 비밀의 군집
기타
개인사에 대하여
- ‘메이브’는 대체로 온화했다. 미국 남부의 아주 작은 마을, 태어나면서부터 죽을 때까지 이곳을 벗어난 적 없고 그럴 생각도 없는 사람들이 모인 곳. 비밀이 존재하지 않고 모두가 모두를 아는-적어도 그렇다고 생각하는-곳에서 메이브는 대체로 순탄하게 살았다. 예쁜 소녀-메이브가 자란 미츠 헤이븐엔 ‘남자'와 ‘여자'만이 존재한다-가 겪는 고만고만한 불행들 속에서 특히 나쁜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메이브’는 (무엇 때문인진 모르겠지만) 조금 혼란스러울 뿐이지 갈등을 원하거나 돌출적인 행동을 하고 싶어하는 성격은 아니었다. 감정 기복이 심한 게 흠이었지만 그거야 남부 여자의 소질 같은 것이었다. 모두 그 정도의 히스테릭함은 가지고 있었다. 남의 기분을 상하게 했다면 시일이 지나서라도 확실히 사과한다는 게 가산점을 줄 수 있는 요소였다. 친구들과 교류하는 법을 배운 메이브는 제 본질이 어떻든 간에 명랑함을 유지하고자 했는데 눈썰미가 날카롭다면 그 모습에서 이상한 절박함이 느껴졌을 것이다. 마치 적합한 모습이 무엇인지 알고 그를 흉내내는 것 같아 보인다.
- ‘메이브’는 스트레스에 매우 취약해 이 노력을 유지하려면 온 힘을 다해야 했기 때문에 오래가지 못했다. 예측 못 할 공격 한번이 들어오면 메이브의 ‘나머지’ 성격이 나왔다. 혼자 있을 때 무언가를 끊임없이 끄적이던 메이브를 누군가가 발견하고 주시하던 것이 화근이었다. 기회가 생겨 락커를 열고 들춰봤더니 아주 집착적으로 자신이 겪은 모든 일과 자신과 접촉한 모든 이들이 했던 말과 행동을 기술해놓고 있었던 것이다. 메이브의 기록장을 발견한 친구는 당연하게도 이 예쁘장하게 정신 나간 애가 벌이는 꺼림칙한 일을 모두에게 고발했다. 그리고 우리가 예상하는 난장판이 만들어졌다.
그날 그의 모습은 완전히 다른 사람, 혹은 구마가 필요한 악령이었다. 그렇다고 해서 인간관계가 바로 단절된 것은 아니었으며 메이브 자신이 매우 반성하는 모습을 보였지만 이미 그의 인상은 ‘약간 맛이 간 애’로 각인이 되어버렸다. 이 비정상적인 모습은 해가 갈수록 더 뚜렷하게 나타났는데, ‘메이브’는 대체로 온화하고 명랑하려고 노력하나 가끔은 이상하게 쌀쌀맞았고 그러다가도 천사처럼 달콤하게 구는, 도무지 종잡을 수가 없는 아이였다.
메이브가 애를 써서 사귀어 왔던 건실하고 반듯한 친구들은 이 변덕스러운 성격을 겪고 거리를 두기 시작했다. 이 빈 자리를 채운 인물들은 메이브의 ‘나머지’ 모습을 흥미롭게 여겨 구경거리로 삼는 또래들, 쇼핑몰에서 청바지를 훔치는 것을 놀이로 삼고 밤이면 부모의 눈을 피해 파티를 벌이며 정체 모를 음료를 마시는 친구들이었다. 또래 친구와의 정상적인 관계에 목마른 메이브는 끝없이 노력했으나 벌어진 일은 지워질 수 없었다.
- 호그와트 입학 편지가 날아오기 전까지, 그는 그가 평생을 외로움 속에서 허덕일 거라고 생각했었다. 성인이 될 때까지 모든 것을 숨길 수 있게 운이 따라준다면 이 작은 마을을 떠나 잭슨 시티로 가려고 했다. 그러나 마법. 이곳에 해답이 있었다. 아무도 그를 알지 못하는 새로운 세계가 있다. 우리는 거기서 무엇이든 될 수 있고 무엇이든 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어디에서 누구와 어떻게 살았는지 상관없다. 메이브는 자신이 마법사란 사실에 즉시 매료되었다.
새로운 삶에 대하여
- 이 새로운 삶의 가능성에 대해, 메이브는 극도로 기쁘면서 불안했다. 해답을 얻었다. 나는 미치지 않은 것일지도 모른다. 실패한 것들을 잊고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될 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번에도 실패한다면? 사실 이 모든 것. 이 마법사와 마법이란 것이 나의 상상에 불과하다면? 하지만… 그래도….
- 메이브는 (만약 이 ‘마법사'라는 것이 사실이라면) 자신을 어떤 사람으로 소개할지 생각해두었다. ‘메이브'는 미국 남부 사투리를 쓴다. 넉넉하진 않지만 행복한 농가에서 태어났다. ‘메이브'는 외동이며, 딸을 기숙사제 마법학교에 보내야 한다는 사실에 어머니는 눈물을 훔치셨고 아버지는 걱정에 하루하루 잠을 설쳤다. ‘메이브'의 취미는 식물과 동물 관찰이며 자연을 좋아한다.
이전의 삶에 대하여
- 미츠 헤이븐의 사람들은 농업과 도축업에 종사한다. 친부와 친모 또한 미츠 헤이븐 출신으로 18세에 메이브를 낳았다. 친부는 3세에 실종, 어머니가 마을에서 조금 떨어진 요양원 간호보조로 일하는 수입이 전부이다.
- 어머니는 술에 취하면 고등학교에서 항상 5등 안에 들었다는 것을 자랑스럽게 이야기한다. 널 위해서라며 남자들과 결혼이나 동거를 반복하는 한편 ‘도망갈 시기를 놓쳐서 널 낳았다'고 설명하기도 했다.
- 어렸을 때부터 어머니를 피해 다락방에 숨고 기분을 살핀 후 내려왔다. 자신의 방보다 다락방을 이용하는 빈도가 더 잦고 길다. 12세 경 피난처를 들켰다. 이주일을 내려오지 못했다. 그래도 다락방은 좋았다. 완전히 고립되면 가장하거나 숨길 것도 없었기 때문이다.
- 메이브의 기록 집착은 9세부터 시작되었다. 마법사의 징후가 나타나면서부터였다. 메이브는 혼자 있는 시간이 길었기 때문에 이런 징후들은 어린아이의 상상력으로 치부되곤 했다. 9세에 날아가는 민들레 홀씨에서 민들레가 피어났다고 주장했으며 10세엔 혼자 집을 지키고 있을 때 울음을 터뜨리자 집안의 창문과 문이 흔들리며 책장의 책이 모두 쏟아졌다. 이런 식의 사소하고 이상한 일들이 자꾸만 벌어졌다. 메이브에게 이상한 일이 일어나고 있단 걸 알아챌 정도의 관심은 아무에게도 없었다. 메이브도 그걸 알았기에 항상 침묵했다. 해답이 나오지 않았다.
- 메이브는 이 징후가 스스로의 상상이거나 환상을 보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가족이나 이웃에게 자신의 이런 모습을 들킨다면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른다. 그래서 메이브는 모든 것을 기입한 후 천천히 읽어 보면서 이상하거나, 정상적이지 않거나, 이해하지 못할 내용들은 스스로의 상상이었다고 생각하며 지워버리기로 결정했다. 완성된 하루 하루를 읽어보면 돌출도 굴곡도 없었다. 만족스러웠다. 결국 메이브는 검열된 문자들이 자신의 삶이라고 믿기 시작했다. 안락한 기만이었다.
- 기록장 사건 이후에도 메이브는 모든 것을 기록했다. 겪은 일, 주변인이 했던 행동, 말, 자신이 한 행동, 말, 그날의 날씨와 기분이 어땠고 무엇을 먹었는지. 아주 사소하고 세밀하게 기록한 노트는 다락방 나무판자를 들추면 나오는 빈 공간에 쌓아둔다. 갈수록 공간이 좁아지기 시작해서 노트를 아끼려고 글씨를 아주 작게 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