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호그와트의 장국영 "
“ ……. ”
주소: 홍콩, 웡곡, 아가일 가 128번지, 전당포 건물의 4층, 오른쪽 두 번째 문, 상자. 이름: 엘리엇 찰리 로저 | Eliot Charlie Roger 나이: 20세 생일: 1월 2일 |
외관
추락사고 이후 녹아 없어진 검은 물이 빠지자 병원을 나오며 남은 것은 목 뒤를 간신히 가린 금발이다. 치료를 구실로 짧게 잘려 허전한 뒷목을 문지르는 일이 잦았으나 더 이상 손톱으로 짓누르지 않는다. 더한 고통이 무릎 아래 똬리를 틀었기 때문이다. 유년의 빛됨이 이 년에 불과한 풍파에 깎여 거칠어졌으나 타고난 이목구비가 여전하고 스스로 상처낸 콧등 점이 말뚝처럼 조화롭다. 싸구려 공주님 드레스 사이즈에 맞지 않는 미인이 초라한 영혼에 기생하며 연명하고 있다. 보여짐에 있어 거리낌도 자존심도 없고 애착과 도착에 익숙하여 만져보기 쉬운 얼굴로 자랐다. 쥐어뜯기 좋은 머리카락 대신 귀에 매단 금속이 늘었고, 달리지 않는 외발이 거리감을 줄인다. 맛보고자 한다면 이보다 쉬운 목표가 없고 따라서 버리기도 수월하다. 분리수거보단 재활용이 낫다.
나이 앞자리 숫자가 바뀌고 뿌리 잘린 나무처럼 키가 멈췄다. 안와가 깊어지고 살이 내려 눈을 치켜뜨면 사뭇 서늘한 인상이다. 웃음기 없는 입매와 하관이 새삼스레 좁다. 매끈한 손을 취향으로 고른 이가 상처를 없애게 만들었고, 근육 빠진 체형을 취향으로 고른 이가 몸을 말렸다. 기호에 맞춰 사는 것은 제 살 길 궁리하기보다 쉬운 일이라 누군가 골라주는 선택지에 곧이곧대로 수긍하며 외관을 깎았다. 영혼이 제 구실을 못하고 걸음에 지팡이가 필요하게 된 만큼 순종이 곧 상대에의 보상이라고 믿는 탓이다.
가진 사복 중 교복과 가장 유사한 바지와 셔츠를 골라왔다. 짐을 뒤져 찾아낸 녹색 넥타이를 형식처럼 목에 걸쳤다. 간혹 주디의 노란 별 무늬 두건이 되기도 한다. 그렇게 소속과 연대감을 갈아끼우는 법을 익혔다. 어린 날 선물받은 아키바의 백금 귀걸이와 어느덧 2년을 채워가는 귓바퀴의 이레네이. 포장지에 잘 싸여 두 장 짜리 카드와 함께 도착한 니베이아의 완드. 손잡이로 조각된 뱀의 머리가 마녀의 황수정 팔찌를 물고 있다. 그걸 잡아당겨 휘두르면 휙 소리가 나는 낙엽송, 용의 심금, 11인치의 지팡이. 샤오웨이.
왼쪽 정강이 절반쯤부터는 의지義肢로 높이를 맞췄다.
죽은 뱀의 허물. 뱀의 죽은 허물. 어느 쪽이든 같다.
행적
도주 직후 홍콩으로 건너가 집을 구했다. 퀴디치 2군 팀의 선발경기 일정이 미뤄짐에 따라 제공받은 돈 몇 푼으로도 잘 공간을 빌릴 수 있었다. 불빛 꺼지지 않는 마천루 틈바구니에서 피로와 젖산을 쌓아 번 돈이 생계에 유의미한 도움이 됐다. 두 몸뚱이로 버는 돈을 여섯 악마와 시체 하나가 사는 데 썼다.
그해 늦가을에 선발경기가 치뤄졌다. 한 번도 배신하지 않던 마법이 블러저 앞에 상실되었다. 평범성에 가까워지려 애를 쓰는 동안 빗자루가 마법 잃은 몸을 버렸다. 추락하며 손을 놔버리진 않았다. 의사는 덕분에 살았다고 했다. 덕분에 죽지 못했다. 코쵸우가 병원으로 인계를 도와주었다. 발목이 지저분하게 부서졌다. 21세기 의학으로 못 고칠 것도 아니어서 수술과 처방 후 일상에 복귀했다. 언어를 잃고 희망을 빼앗겨 울었고 디즈니랜드의 주박이 발목에 손톱을 박고 있다고 생각했다. 엘리엇 찰리 로저의 삶에서 첫 번째 마법은 뺨의 상처를 치료하는 것이었으나 그건 여전히 신디 로저의 주문이었다. 단절하여 잘라낸 엄마의 것이었다.
할로윈에는 병원으로부터 도망쳤다. 유리와 테오도르가 납치범을 자처해주었다. 새 지팡이를 장만했다. 낙엽송 목재를 고르고 여태 상자에 넣어 마법과 융화된 심금을 다시 썼다.
깁스를 풀고 약을 버리고 제멋대로 물에 빠졌다가 소독하지 않고 뛰어다녔다. 고통마다 삶에 몰두할 수 있었다. 오래 서 있기 어려워 다른 일거리를 찾아 헤맸다. 간판 없는 뒷골목에서 불행에 마법을 거는 일 같은 것. 불안과 의심, 우울의 일시적 제거. 알콜과 숙취 없는 술. 푼돈치고 쏠쏠했으나 금세 소문이 났다. 뒷골목 아가씨들부터 왈패, 전당포집을 거치는 도박꾼들, 나아가 마천루의 마나님도 ‘찰리’를 찾았다. 마약처럼 퍼졌으나 증거 없는 것이 장점이었다. 거리낌 없이 눈요기되길 자처하는 것은 재능이자 둘도 없는 유산이었다. 세간에 마법이 어떻게 굴러가는지 아는 돈 많은 작자들이 ‘찰리’의 얼굴을 알아보았다.
반짝 유행할 만했다. 도시건강에 지장 없이 돈을 벌기 좋았다. 쥐꼬리만큼 떼어 준 돈에 별 말 없는 것도 가산점을 받았다. 돌려쓰되 너무 알려지면 안 됐다. 호그와트에 귀속되어 있다는 사실이 밝혀지자 장사꾼들이 물러났다. 누군들 적당한 애인으로 끼워 산 게 당당하진 않았을 테니, 매스컴에 얼굴 안 팔린 걸 다행으로 알았다.
메이브와 네 악마가 떠났다. 시체 하나를 데리고 갔다.
열 아홉이 됐다. 휘틀리를 핑계로 대며 혹사한 몸이 최종 선고를 내렸다. 정강이까지 썩은 몸을 대신해 의지를 달았다. 멀쩡한 물건인 척 하기가 무슨 소용인가 싶어 의족을 거절했다. 니베이아에게 늦은 생일 선물을 요구했다. 귀한 것으로 보내주었다. 마법이 주인의 손을 들어 줄 때만 중심이 잡혔다. 걱정과 불안을 제거해도 달릴 수는 없게 되었다. 두 달짜리 월세를 보증금으로 받는 집을 처분했다.
코쵸우에게 갔다. 이레네이 없는 리스본에 방문했다. 바이올렛의 위로술을 마셨다. 티타니아의 애인과 인사했다. 그를 알고 위험하지 않은 사람들이 저마다 부담을 안고 며칠을 지새주었다. 휘틀리에게 연락하지 못했다. 부끄러운 영혼을 숨기기에 급급했기 때문이다. 카데호의 흰 털을 잃어버렸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며칠을 부대껴 살 공간을 찾아 헤맨다.니베이아의 새로운 실패를 읽는다. 커피 자국 위에 그린 동그라미가 자신의 것이 아니라 기뻤다. 미나토 렌의 유예뿐인 대답을 궁금해한다. 도전을 관둔다. 새로운 기회가 주어지는 삶이 더 이상 오지 않았으면 한다. 마녀에게 휘두를 도끼가 너무 무겁다. 종이접기는 영영 제대로 해내지 못할 것이다. D동 109호의 살해는 상자를 살해하는 일과 같을까? 상상 속의 모나는 답을 주지 않는다. 꿈 속의 마리에드는 악몽을 예고할 때에만 장막을 젖힌다. 알바로의 자진을 질투한다. 클레망스의 미로를 이해한다. 에릭 싱을 생각할 때는 홍콩을 떠올릴 때와 같은 표정을 짓는다. 이사 이브라힘의 항변이 발 아래 타르처럼 찐득거린다. ‘내 말이 저주 같나?’
아키바의 섬은 고요하다. 중독성 없는 마법이 잘 들지 않아 갈급증이 인다.
불안을 영구히 제거할 수 없다면 죽음으로의 욕망을 지우고 싶다. 카스텔로리조의 마법사는 그렇게 했다.
당신의 엘리엇 찰리 로저는 이제 친구로서 충실히 기능할 수 있게 되었다.
성격
피터 팬 | 利仔 | 요정 가루의 마법은 끝났다.
기타
시신의 행적을 묻는 사람들은 그것의 기호를 궁금해하지 않는다.
이미 과거가 되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 모든 일을 겪고도 엘리엇은 이 자리에 있다.
그는 의미를 알고 싶어한다.
무엇 하나 제대로 이루지 못하고 쉽게 얻은 소유가 없는 생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계속되어야 한다면, 무슨 이유를 들어 나의 우울에 반발할 것인가?
NG
없음. 조율 불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