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호그와트 최후의 학생회장 "
" 친구 있는 "
" 나는친구업써 "
" 최고의 댄스 파트너 "
“ 귀찮아. 네가 이쪽으로 와라. ”
주소: 나가사키현, 사세보시, 하우스텐보스 풍차 안 이름 없는 폐허, 그 뒤편 언덕의 상공―높이 측정 불가. 용건이 있을 시 부엉이 활용을 권장합니다. 이름: 미나토 렌 | Minato Ren 나이: 17세 생일: 12월 31일 |
외관
스스로 정돈을 했는지 아니면 고양이 손이라도 빌렸는지 짧은 머리로 돌아왔다. 행색이 이전과 크게 달라지지 않아, 그나마 변화라고 할만한 건 귓불과 귓바퀴의 피어싱 정도일까. 다시 교복을 입기 시작한 이유를 묻는다면 답은 간결했다. “입을 게 없다. 다 털려서.” 우습게 들리더라도 농담은 아니다. 전에 있던 옷들은 ‘리얼 어벤져스가 입던 옷’이라는 이름으로 자신도 모르는 새에 종종 인터넷에 경매로 올라갔다. 사는 놈이 있냐고? 놀랍게도 있다. 몇 벌 남지 않는 평상복은 언제라도 밖에 나가면 입을 수 있도록 아껴두었다. 이 년 전의 자신이 들으면 헛소리로 치부했겠지만 정말로 그랬다. 한번 뛰쳐나간 전적이 있으니 두 번 못할 것도 없었다. 이제 학교는 그에게 있어 스쳐갈 경유지에 불과했다. 아니, 그건 중요하지 않다. 중요한 건 결국 그가 돌아왔다는 것이다.
손마디가 굵어지고 굳은살이 늘었다. 거칠어진 손등의 감촉은 더 이상 어린아이의 그것이 아니다. 놀랍게도, 자랐다. 어른이 됐다. 사실 그 정도까지는 아니고. 성인은 됐다, 만 17세. 마법사 사회와 비마법사 사회의 구분이 희미해진 현재 모두가 그에 동의하는지는 않았겠지만. 상관없는 사항이다. 어떠한 충동과 기색을 억누를 수 있게 됐다. 뻔뻔해졌다는 의미다. 겉보기에 썩 나쁘지 않다. 적어도 이제는 남들의 도움이 필요한, 길 잃은 소년의 모습으로는 보이지 않는다.
그럼에도, 인정하자. 여전히 대체로 화가 난 상태다. 분노의 대상은 자주 바뀌었다. 불필요하게 집중되는 사람들의 이목, 가게에 들이닥친 촬영용 캠코더 (물론 마법으로 단숨에 작살을 내줬지), 노골적인 비난이 담긴 실시간 채팅 (하지만 방송 장비―그래, 컴퓨터. 그걸 부순다고 그 뒤에 있던 사람마저 사라지는 건 아니잖아), 윽박지르던 센터 직원, 일급 떼먹던 정비소 사장, 그리고⋯.
자신의 무능을 탓할 시기는 지났다. 지금 할 일은 자책이 아니다. 정말로 해야 하는 일은 이것이다: 받은 것은 그 이상으로 되돌려주기. 선행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냐고? 일순 눈매가 휜다. 아니라는 거 알잖아. 웃음소리가 낮고 거칠게 울린다. 괜찮아, 내가 알아서 할 테니까 넌 신경 쓸 필요 없어.
행적
[CW: 집단 실신 사건에 대한 묘사]
알아낼 가치가 있나 싶지만 알아내기 어려운 일도 아니다. 유튜브를 켜고 검색창을 띄운다. 하우스⋯ 뭐더라? 어차피 그 이상 입력할 필요도 없다. 자동완성 기능이 당신을 이끌어줄 테니까. 그마저도 기억 안 나면 ‘일본 마법사’라고 검색하면 된다. 지금이라면 유튜버 '쵸쵸' 영상을 지나쳐 스크롤 몇 번 내려야 영상이 나온다. 조회수 순으로 필터 바꾸면 그보다는 좀 더 빨리 나오고. 이건가? 제목, 하우스텐보스가 관광객 수로 디즈니랜드 압살하는 법ㅋㅋㅋㅋ. 영상 설명, 풍차에 센치행 터널 꼬라박기. 업로드 날짜는 프랑스 해변에서 마법사들이 발견된 후로 약 이 주에서 삼 주쯤 뒤. 클릭한다. 아니면 터치한다.
5초 대기하는 동안 당신은 영상 댓글을 훑어본다. '내친구 저기있었는데 눈 깜빡이니까 바닥에 쓰러져 있었대', 'XX년에 보고있는 사람?', 5초 끝. 광고 건너뛰기. 영상이 긴 관계로 중간부터 재생했다. 어디인지 모를 정도로 많은 사람이 있고, 뭐라는지 모를 정도로 큰 소리가 있고. 찾았다, 저기다! 외치는 소리가 들리면 그 많은 사람들이 일제히 한곳에 집중한다. 줌 인. 앳된 티가 남아있는 '일본 마법사'가 지팡이를 든다. 함성과 비명이 한곳에 섞인다. 화면이 크게 흔들리고 이내 어두워진다. 고요한 화면 위에 *정지 화면 아님* 자막이 뜬다.
잠시 인내를 가지면, 아니 요즘 누가 이런 걸 기다려? 2배속 돌려. 10초씩 스킵 해. 아니면 타임스탬프 찾아내든가. 이어지는 내용은 다른 폰으로 촬영한 영상이다. 바닥에 쓰러져 있던 수많은 사람이 하나둘씩 정신을 차리고 구급 대원의 목소리가 들린다. 영상을 멈추고 다시 댓글 창을 내려본다. ‘근데 구급 대원은 누구연락 받고 온거임? 단체로 기절했는데 신고 누가함’ ‘지가 한거 아님? 병주고 약주기 지렸다’ ‘잡아서 수사해야 하는거 아니냐w’ ‘마법 몇방쓰고 X나튀면 게임 끝인데 어케잡음’ ‘울아빠가 경찰관계자인데 쟤네 계약인가 하는거 때문에 안된댄다’ ‘저 많은 사람들이 한방에 쓰러지는데 체포못하는게 말이됨? 네 다음 구라~’ ‘그래서 쟤 인스타아이디가 뭐라고?’ 영양가 없는 영상과 댓글 사이에서 유의미한 정보를 찾기가 쉽지 않다. 그래도 요즘 사람들은 이런 걸 좋아하더라고. 잘 팔린다, 말하자면.
그다음 흔적 찾기도 썩 어렵지는 않다. 다만 시간 순서가 영 엉망이다. 내용은 다 비슷비슷해서 영양가 없는 건 마찬가지지. 그러니 찾아봤자 당신의 시간만 낭비할 텐데도. 그래도 이런 것들도 간간이 팔린다. 트위터에서 유독 많이 뜨더라고. 일본이니까 어쩔 수 없나. 아주 드물게 사세보와 후쿠오카의 길거리. 제법 자주 오사카에 있는 햄버거 체인점. 여긴 심지어 성지가 됐다. 찾아오는 손님들은 운이 좋으면 마법으로 된통 당할 수 있다. 운이 나쁘면 주먹으로 한 대 갈겨맞는다. 어느 쪽이든 쫓겨나는 결과는 같지만, 그걸 감수해서라도 구경 오는 사람이 많아 당장 잘리지는 않는 모양이다. 어차피 계약인가 하는 거 때문에 체포도 안 되고. 그러면 뭐해? 금방 또 사라졌다. 만일 당신이 계속해서 흔적을 추적한다면⋯ 추적 대상자가 질린 표정을 지으며 물을지도 모를 일이다. “그딴 거 찾아서 너한테 무슨 도움이 되는데?”
그럼에도 계속해서 찾아낸다면, 축하한다. 한 번 정도는 대박을 터트렸다. 모 커뮤니티 실시간 인기글. 제목.채팅창과 X나게 싸우는 유튜버 정체. 내용: 는 마법사ㅋㅋㅋㅋㅋㅋㅋㅋㅋ. 첨부 링크: 지금은 내려간 유튜브 스트리밍 아카이브. 댓글: 시간 내어 읽을 정도의 가치는 없음. 행방을 알 수도 없는데 이게 왜 대박이냐고? 어쨌든 이런 건 무진장 잘 팔린다. 웃기잖아, 자극적이고. 그러니 당신도 웃어넘기면 된다. 그리고 더 재밌는, 더 자극적인, 더 흥미로운 영상과 게시글과 트윗을 찾으러 가면 된다. 그래도 세상은 돌고 시간은 계속 흘러간다. 이후로 몇 번의 소소한 주먹싸움 목격담 외에는 눈에 띄는 행적을 보이지도 않으니, 50년쯤 지나면 완전히 잊히지 않을까? 그전에 세상 모든 사람들이 디지털 디톡스를 성공해야겠지만 말이다.
그래서, 그는 유명한가? 누구나 아는 이름은 있다. ‘왜 전에 어디냐 테마파크 거기 뭐더라 전멸기였나 그거 쓰던 걔’
하지만 아무도 그 마법사를 진정으로 알지는 못했다.
스물네 명의 마지막 마법사를 제외한다면.
성격
무심 | 무뢰 | 무른 구석이 있는 | 뭔 소리냐? 아니라니까.
기타
하나, 마을에 대하여
더 이상 아무도 살지 않는다.
둘, 가족에 대하여
도망쳐, 어디로든. 마법 들키지 말고. 은행 잔고는 전부 빼내서 엔화로 바꿔. 가능하면 ‘미나토’말고 다른 이름을 써. 린을 잘 보호해 줘요. 그 애가 아무것도 모르는 비마법사로 자랄 수 있게. 난 괜찮아. 여차하면 도와줄 만한 녀석들도 있고. 나한테 연락은 하지 마. 마법 정부 측에서 나를 찾으려 할지도 모르니까. 부엉이는 너무 눈에 띄어. 두 사람 다 그만 울어요. 다시 만날 수 있을 거야. 모든 일이 끝나면 내가 어떻게든 우리 가족을 찾아낼게. 린, 나 대신 엄마 아빠 말 잘 들어줘야 해. 알겠지? 그래, 착하다. 이제 가. 어서. 돌아보지 말고. 응. 나도 사랑해요. 안녕さようなら.
셋, 미나토 렌에 대하여
어떻게 지냈냐 물으면 그냥저냥 지냈다 답한다. 스스로의 행적이 얼마나 알려졌는지 감을 못 잡겠다. ‘바깥’에서는 많은 사람들이 마지막 마법사를 보고 알은체를 했는데, 여기는 죄다 마법사들 뿐이잖아. 그냥 가만히 있는다. 애초부터 제 얘기 늘어놓기를 싫어했으니 평소와 다를 바 없어 보인다. 더 이상 읽어야 하는 편지가 없어 여유 시간이 늘었다. 대신 고민이 하나 생겼다. 그렇게들 성을 바꾸고 버리고 다른 녀석 걸 쌔비면, 주토피아? 유토피아를 말하는 거겠지. 그게 아니면 대체 뭔데. 아 그리고 넌 뮤리엘이 아니시다? 밀번은 왜 둘로 늘어났어? 나더러 호칭을 어떻게 정리하라고. 뭐, 이름? 장난하냐? 그건 너무 친구 같잖아. ⋯생각하기 귀찮아서 모든 동기의 호칭을 ‘야’와 ‘너’로 통일해 얼렁뚱땅 해결했다. 그냥 퇴보한 거 아니냐고? 좋을 대로 생각하도록. 하지만 여전히 고민이 남았다. '진짜로' 상대를 불러야 하는 때가 온다면 그때는 정말 어떡하지.
Etc.
- 불호: 이능력자, 비마법사 사회
- 손재주: 제법 늘었다. 손안에 카드 숨기기 정도는 눈 감고도 한다.
- 짜증: 여전히 난다. 아니, 참을 수 있어. 아마도? 가끔은 못 참을 때도 있다. 아직은 잘 모르겠다.
- 지팡이: 소매에 넣어뒀다. 언제라도 꺼내들 수 있도록.
- 고유 마법: 안 쓴다. 최소한 본인을 향해서는 그랬다. (그리고 그동안은 남을 향해 쓸 일도 없었다.)
- 갈레온 소통: 안 했다. 그래도 확인은 제대로 했다. 놀릴 생각은 마. 동전이 뜨거워지는데 어떡하라고?
- 사용 가능 언어: 일본어, 영어. 후자는 필요에 의해 공부했고 능숙한 회화와 작문이 가능하다. 외국어 자체에 흥미가 있는 건 아니라서 다른 언어는 안 배웠다. 어차피 영어가 세계 공용어고. 그러고 나서야 깨달았다. 이러면 번역 뱃지를 떼어내도 소용이 없잖아!
- 소지품: 단출하다. ‘상자’에 넣어서 항상 챙겨 다닌다. 옷 몇 벌, 가짜 갈레온 하나, 진짜 갈레온 조금, 엔화 조금, 생일 선물로 받은 만년필과 강아지 모양 열쇠고리, 그리고 빗자루. 버드나무에 후려 맞고 몇 번이고 넘어지고 굴러도 다시금 붙잡고 날아올랐던, 바로 그 빗자루.
- 특이사항: 종종 소리치고 싶은 강렬한 열망을 느낀다. 어쩌면 자주, 아니, 사실은 항상.
그래서 너는 ‘어느 편’이야? 지금 와서 그게 중요하냐고? 물론 중요한 일이다.
그래서 그는 호그와트에 돌아왔다. 그리고 선언한다. “다들 똑똑히 알아둬라. 나는, 미나토 렌은―”
NG
(사전 주의 문구 없이 접하는) 펫로스 증후군 경험에 대한 상세한 감정 묘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