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모두의 친구 "


Take It All

CW : 절도, 위조, 은닉 등의 범죄

“ 그래, 너희 거야. ”

 

 주소:  영국, 런던, 코린시아 호텔 1901호실, 카일로 이븐 귀하.
이름:  카일로 이븐 | Kylo Even
나이:  19세
생일:  3월 29일

 

   
   

 


 

외관

  ㅡ그러니 당신들 건 아니고. 행사장 한 켠, 내빈들을 위해 마련된 스탠딩 바에 기댄 청년이 중얼거렸다. 간이 선반에서 마법사의 포도주를 꺼내던 바텐더가 손님의 목소리를 기민하게 알아차리고 되묻는다. “부르셨나요?” 청년이 매끄럽게 웃는다. 얼마간의 대화를 거쳐, 자본주의의 가호 아래 서비스 정신으로 무장한 바텐더의 태도에 약간의 호감이 어린다. 아키바의 말대로, 청년은 그를 포장하는 법을 안다. 

  홀으로 이어지는 복도와 직원용 출입 계단과 조리실, 기계실따위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건 장내를 휘감은 호화로운 평화는 흔들리지 않는다. 본래 ‘그런 식’으로 설계된 세계였다. 소란을 수면 위로 띄우는 건 고상하지 않다 이거지. 그가 코웃음친다. 비뚜름하게 끌어올린 입매에 냉소를 담아서. 좋을대로 하라고. 당신들이 한가롭게 구는 동안⋯⋯. 행사장 구석, 보안 요원 몇이 짐짓 심각하게 이어마이크에 귀를 기울이고 몇은 한 방향으로 달려간다. 그래도 괜찮다. 갈레온이 전한 메세지를 곁눈질한다. 포획 성공.

  그로부터 몇번 더 갈레온이 달아오르고, 드디어 이곳의 순조로운 평화에도 금이 간다. “금일 예정되어 있던⋯⋯,” “⋯⋯취소되었습니다.” 더는 볼일이 없다. 마지막 배우가 무대에서 퇴장한다. 니베이아의 제안만큼 기른 머리카락이 얄미우리만치 여상하게 흔들렸다. 착취로 밝힌 불빛 아래에서도 새빨간 머리카락에 불티가 튀어오른다.

  엄중한 수색을 거쳐ㅡ하하, 소용 없다는데도ㅡ선착장에 내려선 청년이 택시에 오르며 갈레온을 확인한다. ‘국경 통과. 마리에드가 승리함.’ 운전석에서 말을 건다. “다들 무사하대?” 남매의 목소리다. 느긋하게 대꾸한 청년이 좌석 등받이에 몸을 묻는다. 이젠 익숙하게도 방만하다. 혹은 본래 그것을 타고났다. 갈레온이 마지막으로 반짝인다. ‘작전 성공! 하이스트 해산!’ 거 봐, 당신들이 한가롭게 구는 동안 ‘우리’가 전부 가질거라니까. 코쵸우 식으로 말하면, “에녹 사 크루즈, 마법사들에게 다 털렸죠.” “전부터 묻고 싶었는데, 너희 그 말투는 어디서 배운 거야?” 잔소리가 이어질 예감에 청년이 슬그머니 딴청을 피운다. 차창 너머 야경이 반짝인다. 유리에 청년이 비친다. 

  보라, 뱀의 간교함과 독수리의 집요함을 집어삼킨 사자가 여기에 있다.
  ㅡ오소리의 덕목은?
  이 타이밍에 꼭 그 말을 해야 돼? 눈을 씻고 찾아봐도 없는 걸 어떻게 하냐.

 

행적

  이하 ‘우리’와 ‘포르세티’를 제외한 제3 자에게 공개된 내용만을 기술한다.

  2029년 가장 인기있는 젊은 배우를 꼽으라면 빠지지 않는 이름, 카일로 이븐. 그가 *마법사* 프리미엄을 입었음은 그 자신조차 부정하지 않는 사실이나 스크린 너머 그의 모습은 얹어진 웃돈이 조금도 아깝지 않게 만든다. 한때 <언더 키퍼> 크루 일부와 불화설이 불거지기도 했지만 우리는 최신 소식을 업데이트할 필요가 있다. 최근 시즌 4 촬영 종료로 부쩍 활발해진 <언더 키퍼> 크루들의 인터뷰와 팬들을 위해 제작사가 선공개한 메이킹 필름 속에서, 크루들은 서로에게 깊은 애착과 친밀함을 보여준다. ‘그 사건’의 카일로와 사무엘에게서도 거리감을 찾지 못했으니 오죽할까. 굴러온 돌이 박힌 돌이 되기에도 충분한 시간이 지났다.

  황금 같은 십대 시절을 카일로는 <언더 키퍼>에만 바치지 않았다. 지난 5년 간 그가 단역으로 특별 출연한 영화만 다섯 개에 달한다. 주변 배우들과의 친분으로 쌓은 스크린 경험을 <라스트 콜>의 주연급 조연이 되어 훌륭하게 소화해냈고, <나인 패러독스> 주역으로 합류해 강렬한 감정 연기를 선보이기도 했다. 한편 팬들은 그와 직접 소통할 창구가 미비함에 아쉬움을 토로하기도 한다. 공개된 인스타그램 계정마저 퍼블리시스트에 의해 관리된다는 추측이 정설이다. 혹자는 그와 친분이 있는 ‘디디 뮐러’가 겪은 여러 사건을 지켜보며 대중의 포화된 관심에 일찍이 진력이 난 게 아니겠냐고 반문한다.

  /

  반면 어떤 기밀 서류와 기록되지 않은 정보 속에서, 카일로 이븐은 경계하거나 주시할 필요가 있는 이름으로 취급되기도 한다. 

 처음 그 이름이 눈에 띈 건 2027년 7월, 스칸디나비아 연합 이능력자 본부에서 네 명의 이능력자가 실종되는 사건이 발생하면서 부터다. 프랑스 남부에서 스물다섯 명의 마법사가 단체로 발견되자 각국 정부는 그들의 행적에 촉각을 세웠는데, ‘카일로 이븐’이 샤를 드골 공항에서 행방이 묘연해진 시기와 스칸디나비아 이능력자 본부 소속 ‘아이사 이븐’이 사라진 시기가 절묘하게 맞아떨어졌기 때문이다.

  이후 2년 간, 이능력자가 도주한 정부 또는 협약 기업의 행사 가운데 약 십여 개에 카일로 이븐이 참석했음이 확인된다. 해당 사례들은 이능력자가 *홀연히* 사라지거나 이후 종적을 쫓기가 극도로 힘들다는 공통점이 있는데, 이런 특징은 몇몇 정부 산하 연구소가 ‘보유’한 이능력자 몇을 ‘탈취’당한 서너차례의 사건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다만 연구소 습격 건은 그 존재 자체가 은폐된 관계로 습격자 가운데 카일로 이븐이 포함되었는지는 확인할 수 없다.

  그러니까, 문제는 바로 그것이다. ‘도저히 물증을 찾을 수 없다.’ 카일로 이븐이 이능력자 도주의 주범이거나 유력한 관계자라는 정황과 의심만이 산재한다. 호그와트 교장과의 계약과, 이능력자 뿐만 아니라 ‘대중에게 공개되어선 곤란한’ 문서 몇 가지가 함께 탈취되었다는 사실이 비마법사 정부들의 발을 묶는다. 한편 실종 및 습격의 피해가 아직까지는 소규모ㅡ어떻게 모은 이능력자들인데! 한명 한명이 큰 손실이란 말입니다ㅡ숫자 상으로는 소규모에 그친다는 점, 카일로 이븐 본인이 공개적으로 정부를 공격하는 태도를 취하지 않는다는 점이 다시 비마법사 정부들의 경계를 느슨하게 만든다. 

  큰 화근이 되기 전에 제거하거나 적당히 겁을 줘 길들여 놓아야 한다는 의견도 물론, 제시되었다. 상부의 묵인 또는 독단적인 판단 아래 수 차례 익명의 습격이 시도된 바 있다. 말소된 기록 일부에 의하면 일반 전투원 뿐만 아니라 이능력자의 투입 역시 있어왔다.

 

성격

욕망과 증오와 불신이 | 상자 안에 | 담겨있다 할지라도

Even though | Desire, Hatred, Distrust | belong to him

 

 

기타

#The Last Wizard
  세간은 그를 향해 마법사보다 배우라는 단어가 어울린다고 평하고는 한다. 그럴 수 밖에. 그의 마법은 세상빛 볼 일 없는 방면에서 톡톡히 활약 중이다. 신기술 발표회, 협약 기념식, 이능력자를 활용하는 행사는 뭐가 그렇게 많은지. 명분이 있으면 차라리 낫다. 몇몇 부유하거나 권력있는 개인은 이능력자를 값비싼 소품 취급 한다니까. 물샐 틈 없이 사람을 가둬놓는 연구소는 어떻고? 
  약간의 개인적인 심경변화(신경 꺼. 별 일 아냐.)와 비마법사 정부의 행각을 보고 뒤틀린 심사가 맞물려, 이능력자들을 빼돌리는 일명 ‘하이스트’ 활동을 시작했다. 마법과 과학의 기가 막힌 협력, 그보다 나이 많은 이븐들과 친구들의 *어셈블*로 활동은 2년 째 지속되고 있다. 
  활용할 일이 많으니만큼 그의 마법도 비약적으로 발전했다. 본래도 많은 마법을 무언으로 구사했지만 이제는 거의 대다수의 마법이 언어로 정체화되는 과정을 거치지 않고도 실현된다. 지팡이 없이 마법을 구사하는데도 꽤 익숙해져, 자주 사용하는 마법은 간단한 손짓으로 구현한다.
  이를테면 소환 마법, 부유 마법이라던가, 인식 저해 마법, 탐지 마법, 물론 공격 마법도 빼놓을 수 없지. 반면 치료 계열은 완전히 젬병이다. 클레망스와 유리가 없었더라면 훨씬 험한 꼴을 보고 살았을 테다. 


#’Loy Axel’ in the <Under Keeper>
  가장 핫한 소식. ‘그의 목을 조른’ 사무엘 콕스와 화해했다. 이능력 떼고 마법 떼고 맨손으로 한판 붙고 나서. *우정 펀치*보다 사무엘과 함께 찍은 챌린지를 인스타그램에 업로드해주겠다는 말이 더 잘 먹혔음을 알고 있다. 하여간 기회주의자 새X. 
  아무려면 어떤가. 열여덟의 카일로는 시시콜콜한 문제에 신경 쓸 여력이 없었다. 사무엘의 위협은 사소한 일이었다. 그 여파가 훨씬 더 중요했다. 십대 중반의 소년을 향해 내던져진 폭언과 비난, 위협들. 다행스럽게도 그가 완화할 수 있는 문제다. 이능력자를 향한 날 선 시선, 이건 고민을 해 봐야 한다. 
  빗장뼈를 훌쩍 넘게 머리카락을 기르고 연기는 어떻게 하느냐던 테오도르의 염려는 인식 저해 마법과 혼동 마법으로 해결했다. 느슨히 늘어뜨리거나, 마리에드가 해준 것처럼 얇게 한 갈래를 땋거나, 대강 동그랗게 말아 묶는다. 


#The Lion of the Gryffindor House
  가장 먼저 만난 건 유리였다. 이능력자를 몰래 실어나르는데 쓰인다는 크루즈의 뷔페에서 마주쳤다. 네가 왜 여기서 나와⋯⋯? 그들은 순조롭게 *어셈블* 했다. 뷔페 맛집이라더니 일을 끝내고 다같이 먹은 프랜차이즈 타코가 훨씬 맛있었다.
  베히뷘트의 콘서트 티켓을 받았다. 클레망스에게 호신술을 알려달라는 연락을 받고 찾아갔더니 베히뷘트의 집이었다. 너희는 또 왜 여기서 나오는데⋯⋯? 베히뷘트를 호신술 실습 인형으로 썼다. 뮤리엘에게 연락이 왔다는 말에 실컷 욕을 했다. 머리를 맞대고 어떻게 답장해야 안 먹고도 떨어질지 궁리하느라 밤을 샜다. 
  코쵸우가 연락했다. “나 집 나왔어.” 카일로는 당장 코쵸우를 그가 묵고 있는 호텔로 불러냈다. 여기도 집은 아니었지만, 아무렴 둘이 함께 지내고도 넉넉하게 넓었다. 그보다 많은 이들이 객실을 드나들었으니까. “너희 뭐 해?” 코쵸우가 물었다. 그들은 꽤 오랫동안 이야기를 나눴다. 유튜버 ‘쵸쵸’가 푸는 썰에 이능력자 실종 사건이 은근히 섞이기 시작한 것도 그 즈음이다.
  이름도 기억나지 않는 이능력자 관련 행사에서 그는 ‘헨리’를 마주쳤다. 헨리는 웃고 있었지만 웃고 있는 것 같지 않았다. 그는 이제 ‘폴록’을 안다. 한숨을 삼키고 말했다. “곧 어수선해질 걸. 그만 돌아 가.” ‘헨리’는 눈치가 빨랐다. 그와 친구들이 무엇을 하는지 알아차렸다. ‘니베이아’는 그를 보며 종종 화가 난 것처럼 굴고, 그는 종종 니베이아를 찾아간다. 무사 알람이다. 
  주디에게 관원 휴게실 1과 2는 붉은 노을 마을에 남은 몇 안 되는 ‘옛날’ 저택으로 옮겨졌다는 소식을 전해들었다. 저택에 불법 플루가루 네트워크를 설치했다. 유령이 떠돈다는 소문이 돌기 시작했지만 한번 방문하면 한 발자국도 밖으로 나가지 않는 빨간 머리 유령은 모르는 일이다.
  테오도르의 집에 다짜고짜 방문했다. 칩거 기간인 줄 몰랐다. 혼자 놀고 있길래 게임이나 하자고 부추겼다. 대신 <언더 키퍼>가 재생되었다. 수치로 죽어버릴지도 모르는 위험에서 벗어나기 위해 방문할 때마다 게임 칩을 가져갔지만, 테오도르는 꿋꿋하게 넷플릭스를 틀었다. 
  학교를 다니고 있었다면 방학을 만끽했을 즈음, 카스텔로리조로 향했다. 언제나 비마법사 정부 인사의 접근을 신경써야 했는데, 섬은 이상하게도 평화로웠다. 일주일 째 되는 아침 위화감의 원인을 알아차렸다. 아키바에게 화를 냈고, 빈정거렸고, 끝내 그가 말했다. “집어치우자.” 그들은 대화하지 않았다. 이해도 뒤따르지 않는다. 다만 불신만이 남아있다.
  샤토 제르망 와이너리에는 두 손님이 있었다. 물론 이레네이와 카일로가 손님 쪽이다. 아무르가 식당에서 아르바이트를 한다는 말에 야식을 해달라고 졸랐다. 파자마 파티에 야식이 빠질 수는 없잖아. 소식을 들은 제르망들이 합세했다. 사람도 음식도 다섯 배씩 불어났다. 저녁에서 밤이 되자 아무르는 매몰차게 떠났다. 너 파자마 파티가 뭔지 모르냐? 
  이레네이를 따라 리스본으로 갔다. 페레이라는 사남 삼녀가 되어 있었지만, 여전히 대가족이었다. 그는 이런 북적거리는 소란에 익숙했다. 리스본에는 리코 영감과 재즈바가 있었고, 이렌의 특별 관광 가이드가 있었고, 사라진 둘째 오빠의 이야기가 있었다. 노을이 지는 계단에 그들은 함께 앉아있었다. 그는 아이사의 이야기를 했다. 물방울이 송골하게 맺힌 콜라 대신 나란히 맞댄 어깨로 공감하는 침묵이 있었다.
  9월 1일, 정확히 호그와트행 열차가 출발하는 시간. 계약과 내기와 약속대로 두 그리핀도르가 모였다. 정확하게는, 그가 찾아갔다. 내버려두면 또 모르는 척 할 거잖아. 루가 치를 떨었다. 그런데 결과는⋯⋯, 동점? 말도 안 돼! 
  라일리와 연락이 끊겼다. 정확하게는, 마지막 쪽지가 있기는 했다. ‘더 도울 생각 없다. 연락하지 마라.’ 그는 상자에 쪽지를 집어넣었지만, 아무것도 되돌아오지 않았다. 두번의 시도가 더 있었다. 그들은 지난 5년 간 함께했는데, 상자는 비어있었다. “너한테는 이게 쉬워?” 그가 중얼거렸다. 당연히 답은 돌아오지 않는다. 그는 상자를 열기를 그만두었다. 
  겨울, ‘하이스트’ 중 하르트만 에크하르트와 마주쳤다. 눈매가 그대로 빼다박았던데? 곧장 베히뷘트에게 소식을 전했다. 그러나 채 한달이 지나지 않아 사고가 있었고, 다시 한달이 되기 전에 통보가 있었다. 그는 매번 제느히트의 콘서트에 참석한다. 삐딱하게 앉아, 유일한 멤버를 노려보면서. 

  지지 뮐러의 장례식에 참석했다. 찰리의 추락 사고를 알게 되었다. 아시야 교수님께 당분간 메이브는 만나지 않는 게 좋겠다는 답장을 받았다. 이사의 소식은 지나치게 잠잠해 이따금 궁금해진다. 커븐에 방문한 유튜버의 영상을 본다. ‘너, 지금 떨어지고 있어?’ 그는 아그네스에게 묻고 싶어진다. 엔모리 마을은 비어있었다. 이능력자 연구소에서, 행사장 뒷편 이능력자를 억류하는 격리실에서, 간혹 거미줄을 발견한다. 한국에 간 김에 현지를 보러 갔는데 김 보살 할머니만 만났다. 싱의 사고 소식과, 무사히 눈을 떴다는 소식을 동시에 전해 듣는다. 


#Child of the Forseti
  아이사 이븐, 올해로 아홉 살, 포르세티의 소년, 나무를 키우는 아이, 자연계 이능력자. 그딴 건 상관없다. 그 애는 그의 동생이다. 카일로가 포르세티를 떠나기 직전까지 아이사는 그곳의 막내였다. 이레네이가 찍어준 폴라로이드 필름마다 아이사가 있었다. 하다못해 덜 여문 손끝이나 새까만 고수 머리 한줌이라도. 다른 이븐들이 그러하듯 눈치가 빠른 막내는 이렌이 누구의 친구인지, 카메라에 찍힌 사진이 누구에게 향하는지 알아본 게 분명했다. 그 애는 그를 지나치게 잘 따랐다. 
  “아이사가, 어디로 갔다고?” 2027년, 여름. 망연하게 선 그에게 잉게가 편지를 건넸다. “아이사가 남긴 거야.” ‘카일로.’ 그리고 아무것도 덧붙여지지 않은, 빈 편지지. 활자가 되지 못하고 동그랗게 남은 볼펜 자국들. 뭐라고 쓰려고 했을까. 오지 마? 빨리 와? 조심해? 도와줘? 
  아무 말도 남겨지지 않은 편지 앞에서, 그는 한번 무너졌다. 

  창틀에 쌓여가는 편지들을 확인했어야만 했다. 내가 왜 그랬지? 기억 속 얼굴이 희미해지면 그리움도 희석되리라는 발상은 멍청하기 짝이 없었다. 그저 내내 너희가 그리웠는데, 나도. 되찾고 싶은 것이 있었다. 그때까지 잠시 미뤄놓아도 괜찮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깟 마법이 뭐라고. 
  결국 가장 중요한 건 ‘우리’였는데. 

  “아이사를 데려와야겠어.” 이븐이 말했다. “그래.” 이븐이 대꾸했다. 
  수일 후, 스칸디나비아 연합 이능력자 본부에서 아이사 이븐이 실종된다. 


#19 years old
  이 모든 꺼풀을 벗겨내면 남는 건 그가 고작 19살이라는 사실이다. 몸에는 흉터가 더해졌고 피로는 눈가를 누르는 습관으로 쌓였다. 미약한 불면증을 앓는다. 이따금 신경이 곤두세워진 얼굴을 한다. 경계해 야할 위험과 신경써야 할 문제와 새겨넣어야 할 길이 너무나 많았다. 키는 약간 컸는데 살이 내렸다. 루가 밥 먹이러 오지 않았으면 ‘정말’ 내렸을지도. 몸을 대체로 가려주는 옷을 입는다.
  그럼에도 그럭저럭 멀쩡해보인다. ‘우리’ 앞에서는 곧잘 느슨해진다. 쉽게 웃는다. 언행은 견고하고 무게가 없다. 여전한 구석들이 많다. 그야, 맏이니까. 


#Kylo Even
 천둥 소리, 무서움. 유령과 괴담, 무서움. 침대 밑 괴물, 이건 짜증남. 단맛도 나쁘지 않지만 새콤한 맛을 가장 좋아함. 레몬은 안됨. 레모네이드에 설탕 두 스푼 추가. 손끝이 곱아드는 추위에는 멀쩡하면서 더위에는 맥을 못 춤. 양손잡이로 보이지만 미세하게 왼손이 더 능숙함. 승부에 연연함. 은근히 아침잠 많음. 쉽게 심사가 뒤틀림. 읽던 책에 누가 손대면 열받음. 책장 접어놓은 새X 누구냐? 보폭은 나란히. 곤혹스럽거나 언짢으면 찡그려지는 눈매. 웃고 있어도 티가 남. 머리 말려 줘. 놀아 줘. 무서워하지 마. 경계하지 마. 가지 마. 중요, 받아주기 시작하면 *끝도 없이* 손이 감! 잊어버려.
  눈을 뜨면, 달려야 할 시간이다.

p.s. Would you get my back?  

 


NG

식인에 대한 모든 종류의 묘사, 근친(혈연으로 이어져 있지 않더라도 당사자들이 서로를 가족으로 인식하고 있다면 해당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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