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거미성의 주인 "

" 거미, 그리고 친구 "


 

“ 앎을 갈구하는 것, 죄가 아닐지어다. ”

 

비상업적 이용이 허가된 픽크루 사용 

 

주소:  스코틀랜드, 호그와트 마법 학교, 
서쪽 탑, 래번클로 기숙사, '거미굴'
이름:  도나텔라 "아라크네" 세라피나 | Donatella “Arachne” Seraphina
나이:  17(+3)세
생일:  8월 31일

 

   
   

 


외관

 거미의 껍데기는 반복된 세월에 문드러졌다.

탑 꼭대기의 방에서 나올 때, 거미의 백금발은 매번 다른 길이를 하고 있다. 날개뼈까지 닿았던 머리칼이 이마 바로 위까지 바짝 잘려있는가 하면, 목 언저리에서 찰랑이던 단발이 하룻밤새에 배꼽까지 내려와있기도 하다. 마치 남들보다 배는 많은 시간을 홀로 감내한 것처럼. 피골이 상접한 얼굴에는 짙은 피로가 오래된 돌벽에 붙은 물이끼처럼 쌓여있다. 눈 밑의 그늘은 옅어질 생각 않고, 허옇게 뜬 입술은 늘상 갈증에 시달리는 양 살짝 벌어졌다. 너무 오래 헤엄친 물고기 같은 꼴이었다. 물 속에서 익사해버릴 것만 같은 위태로움마저.

 

 거미의 여덟다리는 수렁 같은 죄악에 잠겼다.

키가 도리어 줄었다. 하도 책상에 코 박고 있던 탓이다. 깃펜 모양 따라 구부러진 손가락에는 온통 굳은살이 배겨있고, 옷 걷어보면 먹지 않아 도드라진 갈비뼈와 앞으로 굽은 허리뼈가 보인다. 조금이라도 몸 움직일라치면 관절 마디마디마다 뿌득거리는 소리가 나, 앓는 소리 내기 일쑤다. 움츠린 자세 따라 그대로 주름진 옷은 그 옷감마저 헤져있다. 같은 동작 수없이 반복하는 탓이다. 닳고 닳은 소매는 검은색이라 망정이지, 다른 색이었다면 묻어난 잉크가 새카맣게 돋보였으리라. 남들 눈에 비치는 제 모습 조금도 신경쓰지 않는 것, 어렵지 않게 눈치챌 수 있었다.

 

 그럼에도 거미의 눈은, 하늘 수놓은 별을 본다.

그런 추레한 모습을 한 주제에 행동거지만큼은 당당하다. 어느 때보다 가벼운 삶의 무게를 지고 있는 듯 했다. 자주 웃고, 뜻 모를 노래 부르며, 흥 없이도 춤을 춘다. 쏟아트리듯 구애하고 탄식하듯 음미하며 허덕이듯 찬양한다. 과감한 행동을 보고 서슴없는 말 듣고 있자면, 지금까지 보아온 거미가 맞나 싶다. 그렇다고 행복하게만 느껴지는 것은 아니었다. 오히려 가끔은 구석에 몰린 짐승처럼 히스테릭하게 보이는 것 같이도 보였다. 그가 딛고 있는 것이 곱게 빚은 루비인지, 빨갛게 달아오른 석탄인지는 거미 본인만이 알 것이다.

 

 

행적

 편의를 위해 단순화한 관념의 함정에 빠지지 말 것. 시간은 비가역적인 것이 아니다. 적어도 ‘마법’이 있는 세계에서는.

 그래. 타임터너를 처음 본 순간부터 눈치챘어야 하는 문제였다. 시간은 강물과 같다. 상류에서 하류로 흘러나가는 것이 일반적이라 한들, 충분한 힘을 가하면 그 흐름을 역전시킬 수 있다. 타임터너가 그러하고 예언이 그러하다. 예지몽과 찻잎점에는 석연치 않은 부분이 있으나 이 또한 미래와 깊은 상호작용을 취하는 것은 분명하다. 서로 무관해보이는 조약돌이 무수히 늘어져 물살이 나아갈 곳을 만들듯, 만물의 인과 또한 비선형적 시간축 위의 사건들에 의해 짜여진다. 선형 시간축을 상정한 계산이 자꾸만 헛돌았던 이유이다.

 그러니, 계산을 다시 하자. 익숙한 수식은 그대로 두되 새로운 패러다임을 도입할 필요가 있다. ‘거미줄’은 현재의 사건 뿐만이 아니라, 과거와 미래의 사건까지 묶을 수 있어야 한다. 방법은 간단하다. 일어나지 않은 사건을 관측하여, 불분명한 인과를 확정하면 된다. 모래시계를 뒤집고, 뒤집고, 뒤집어, 시간축을 한 번, 두 번, 세 번… 실타래 모양으로 꼰다. 중심축은 소실점이 되고, 소실점은 다시 발생 지점으로 피어난다. 클라인 병 마냥 안팎이 뒤집힌 시공간을 헤매며 그 지도를 그린다. 위로 떨어지는 모래알에 거꾸로 앉아, 현재에 발 붙인 채로는 보이지 않는 문양을 두 눈에 담는다… … …

 달칵. 기운 지붕 방의 문이 열린다. 격리된 시공간에서 걸음하는 거미는 1분 전보다 2일 2시간 37분 만큼 늙어있다. 늘어져라 기지개 핀 거미가 목에 건 타임터너를 벗어 문 안쪽으로 휙 던진다. 분 단위로 되풀이되는 시간을 관측하는 것은 그 거미에게조차 많은 참을성을 요하는 일이었다. 오늘 하루만큼은 통상 시간축을 산책해도 될 것이다. 어차피 거미에게 남은 시간은 많고 많았으니까.

 7학년이 된 거미는 스무살이 되었다. 열여덟번째와 열아홉번째, 스무번째 생일을 거치지 않고.

 

 

성격

[ Main Keywords: 거미굴 속에 도사린 마음, 천하고도 구십오일의 광기, 선악과 위에 줄을 친 거미 ]

[ Sub Keywords: 때묻지 않은 순수, 지우지 못한 약속 ]

 

 

기타

[ 1. 기본 정보 ]

* 지난 2년간, 많은 직책과 이명을 얻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그에게 가장 잘 어울리며 그가 기꺼워하는 이름은 하나 뿐이다. ‘레번클로의 창백한 거미’. 탑 꼭대기에 틀어박힌 거미는 오늘도 그물을 짜낸다.

* 믿기 어렵겠지만, 거미는 언제나 너희의 편이다. 처음부터 지금까지 줄곧, 언제까지나.

 

[ 2.  씨앗 : 성 지타 수도원 ]

* 수도원의 그 누구도 그를 언급하지 않는다. ‘마지막 마법사’들과 관계있는 곳을 들쑤시길 좋아하는 대중들조차 그가 여기서 태어났다는 사실은 모른다. 그 탄생이 얼마나 죄스러운 일이었는지도. 종탑 아래 다락에는 먼지투성이 거미줄만 남았다.

 

[ 3. 발아 : 호그와트 ]

* ‘아, 그리운 나의 굴, 호그와트.’ ‘여러분이 돌아올 때까지, 제가, 이곳을…'

* 5학년 끄트머리의 ‘외출’이 파행으로 마무리된 이후, 거미는 곧바로 자신의 보금자리로 돌아왔다. 잠적한 아이들의 행선지를 묻는 심문이 며칠간 이어졌으나 거미가 토해낸 것은 고작해야 ‘다시 돌아올 것을 약조한’ 이들의 이름 몇 자 뿐이었다. 들리는 말로는, 난해한 이론과 지식, 그리고 위험할 정도로 담대한 구상이 꽉꽉 들이찬 머리속에서, ‘어른들’이 원하는 파편적인 정보를 건져내는 것은 여간 고역스러운 일이 아니었더랬다. 그것이 거미 나름의 오클러맨시를 습득한 결과인지, 아니면 액면가 그대로 반쯤 미쳐있었단 방증인지는 모르겠지만.

* 새롭게 변한 호그와트에서도, 거미는 여전히 ‘가장 촉망받는 학생’ 중 하나이다. 두 자리수를 채울까 말까 한 현재의 전교생 수를 생각하면 이러한 표현도 조금 우습지만. 주변의 상황이 어떠하든 간에 학문에만 골몰해있는 모습에 누군가에게는 감탄을, 누군가에게는 질시를, 누군가에게는 불쾌감을 표시한다. 그리고 거미는 그 모두에 아무런 무게를 부여하지 않는다. 저와 함께할 이라면 저를 따라올 것이고, 저와 대립할 이라면 저를 막아설 것이니. 어느 쪽이든 거미줄 위에서 만나게 될 터이다.

* 정규 수업이 폐기된 지금, 거미가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것은 자신의 방이다. 원래부터 그렇지 않았느냐고? 좋다, 정정한다. 거미는 ‘거의 모든 시간’을 동쪽 탑 꼭대기, 기운 지붕 방에서 보낸다. 빈 말이 아니다. 그래도 5학년까지는 식사 시간에 연회장에 내려오거나, 온실에서 만드라고라와 씨름하거나, 금지된 숲 주변을 산책하는 모습을 어렵잖게 볼 수 있었던 것이, 이제는 찾으려고 해도 찾기가 힘들다. ‘지도’의 한 구석에 못 박힌 이름표가 아니었더라면, 다시금 남몰래 종적을 감춘 것이 아닐까 하는 의심이 들 정도로.

* 두문불출하는 거미와 소통하기가 불가능하냐고 묻는다면, 그렇지는 않다. 우선 부엉이가 있다. 거미는 언제 무슨 일로 연락하듯 친구들의 연락을 무시하지 않으며, 어떤 식으로든 답장을 보내준다. 다음으로는 도나텔라의 ‘거미들’이 있다. 이제 그림자 속에 숨지 않고 당당히 활보하는 그들은 간단한 말을 전할 줄 안다. 또 그와 친밀한 관계를 유지하는 교수님들이 있고, 그의 믿음직스러운 조력자 알바로에게 묻는 방법도 있으며, 그가 달마다 마법 재료 받으러 나오는 날을 기다리거나…

* 아, 사실대로 말하자면. 아무 ‘거미줄’이나 붙들고 할 말을 속삭여도 된다. 거미가 짠 그물은 이미 이 거대한 고성을 옭아매었으니까. 비밀의 방부터 교장실에 이르기까지, 전부.

 

[ 4. 생장 : ‘어른들’의 조력]

* ‘거미줄’을 먹이고 살찌워 이토록 비대하게 키운 것은, 당연히 그 혼자만의 일이 아니다. ‘어른들’은 이제 거미의 연구에 적극적으로 간섭한다.

* 마지막 마법사이자 뛰어난 연구자인 도나텔라를 향한 ‘어른들’의 시선은 다양하다. 그 혈기와 실행력에 감탄하는 이들도 있고, 지나치게 당돌하다며 아니꼬워하는 입장도 있다. 그러나 그들 모두가 ‘거미줄’이 제법 쓸만한 연구라는 데에는 동의한다. 아무리 투박하고 거칠다 한들 ‘마법을 고정’시킨다는 발상은 그 자체로 귀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마법부에서 지원하고 있는 다른 많은 마법 안정화 연구-예를 들자면, ‘계약’이 있겠다.-와 마찬가지로, 도나텔라 또한 상당한 규모의 지원을 받고 있다. 비록 그가 아직 호그와트를 졸업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 호그와트 교수진의 인선 또한 어쩌면 그 ‘지원’의 일환일지도 모른다고, 거미는 생각한다. 재래식 마법 분야의 패러다임을 몇 가지씩 뒤섞어가며 연구를 진행하던 거미는, 그렇기에 새로 부임한 교수들이 각각의 분야에서 꽤나 저명한 이들임을 알아볼 수 있었다. 그것도 현장 경험이 풍부한. 대략적인 원리를 규명하고 이론 구축을 마친 그에게 가장 절실했던 것은 세부적인 만듦새를 다듬는 일이었으며, 때마침 관련해서 자문을 구할만한 전문가들이 이토록 가까운 곳에 놓여졌다는 것은 무척이나 기쁜 소식이었다. 예상치 못한 일은 아니다. 그가 지금까지 받아왔던 지원에 물질적인 것만 있었던 것은 아니니까. 다만…

* 많은 사람들이 우려한 대로, 대가는 있었다. 본래도 거미가 사회의 여러 권력층과 나눈 거래는 여러가지 불합리함을 내포하고 있었다. 그만큼 위험한 실험이라는 것이 그들이 가져다 댄 이유였으나, 실상은 연줄 없는 학생 신분이라 얕본 것이 반은 넘었을 것이다. 그렇지 않았으면 사실상 원천 기술에 대한 권리 포기로까지 해석할 수 있는 독소조항들을 그리도 노골적으로 계약석에 집어넣었을리가 없다. 이를 모를 만큼 우둔한 이는 아니었으나, 거미는 지금까지 이에 대한 불만을 표시하지 않았다. 희생이 불가피하다고 생각한건지, 아니면 부와 명예가 불필요하다고 생각한건지는 모르겠지만.

* 그러니 ‘외출’에서 돌아온 이후, 거미와 마법부 관료 및 외부 인사들 사이에 맺어진 계약이 한층 더 복잡하고, 무거워진 것은 무척이나 당연한 일이다. 총명하지만 세상 물정 모르는 -적어도, 그렇게 보이는- 거미가 고분고분하기까지 하니, 최대한 알뜰하게 뜯어먹고 싶지 않았겠는가. ‘무단 외출에 대한 문책을 않는 대신, 비상 상황 발생 시 ‘거미줄’의 통제 권한을 마법부에서 지정한 인사에게 위임함’ 이라는 내용의 계약서를 받아든 거미는, 작은 한숨을 쉬었다. 여기에서 말하는 ‘문책’이라 함이 ‘거미줄 연구의 강제적인 중단’을 의미함을 알았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답은 정해져있었다. 정해져 있었으나, 거미는 이번에야말로 잠시 고민했다. …정해진 답은 그대로 쓰여졌다.

* 거미가 그러한 굴욕과 위험을 감내하면서까지 완성하고자 하는 마법은, 처음부터 그러하였듯이…

 

[ 5. 과실 : ‘거미줄’ ]

* 지난 4년 간, 거미가 골몰한 연구는 어느정도 열매를 맺었다. 거미는 그 열매가 충분히 무르익기를 기다리는 중이다. ‘거미줄’로 뒤덮힌 호그와트에 앉아서.

* ‘마법의 ‘흐름’을 제어해, 끝내는 옭아매는 마법.’ 통칭 ‘미제레레(Miserere)’ -자못 엉뚱해보이는 명명이 이루어진 데에는 종교인 나름의 이유가 있으나, 이를 거미 나름의 괴팍함이라 치부하여도 좋을 것이다.- 가 도달한 종착점은 여타 창작물에서 묘사되던 ‘결계’와 유사한 성질을 띈다. 즉, 개체가 아닌 ‘공간’을 기준으로 ‘마법’을 고정시키고, 결과적으로 해당 구역 내에 있는 생명체들이 ‘마법 불안정 현상’을 겪지 않도록 만든다. 이는 학교의 모두가 몇 년 내내 보아왔던 ‘거미줄’을 매개로 실현되는 주문이다.

* 비록 이미 마법이 소실된 마법사에게는 큰 효과를 보지 못하지만, 앞으로 일어날 소실을 방지하는 것에는 그 자체로 큰 의의가 있지 않은가? 일일히 약속의 내용과 기한, 대상을 지정해야하는 마법부의 ‘계약’에 비해서도 편리한 면이 있고 말이다. 하여, 그를 지원해주는 ‘어른들’은 ‘거미줄’의 개발 진척을 고무적인 일이라 판단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패러다임을 바꿀 만한 물건’이라는 기대감 섞인 반응까지 나온다.

* 다만, 여러가지 이유로 인해 ‘마법 안정화 도구’ 로서의 ‘거미줄’은 실용성을 검증하는 단계에 머물러있다. 첫째, ‘거미줄’의 설치가 어렵고, 많은 시간이 걸린다. 묶어둘 장소의 특징과 효과를 받는 인원 등, 이루 말할 수 없이 많은 요소에 따라 거미줄의 배합 비율과 취해야 할 구조 등이 크게 달라지며, 이를 정확히 알기 위해서는 거미가 호그와트에서 그러했듯 꾸준히 해당 장소의  ‘흐름’을 관측하고 분석해야하기 때문이다. 둘째, '거미줄'의 제작 코스트가 높다. 인간 마법사에 비해 훨씬 안정적인 마법을 지닌 마법생물, 그 부산품을 향한 수요가 점점 높아지고 있는 현재, 특정 구역을 감쌀만한 양의 ‘거미줄’을 뽑아내는 데 필요한 경비는 상당 -당장 기본 재료인 애크로맨투라와 노래거미의 실만 하여도 누군가에게는 평생 만져보지도 못할 양의 갈레온 만큼의 값어치이다- 하다. ‘특별 지원’에도 한계가 있다. 셋째, 거미줄의 ‘마법 안정화’ 효과가 완벽하지 않고, 더러는 부작용을 겪기도 한다. 전자는 어렵지 않게 예상할 수 있는 일이다. 한 시대에 종말을 가져온 흐름이 그토록 쉽게, 완벽히 제어될 리가 없었으므로. …그렇다면 후자는?

* ‘거미줄’ 속에 들어온 이들 중 일부가 호소하는 원인 모를 답답함을 호소하며, 들어오기 전보다 낮은 마법적 역량을 보여주는 것은 거미줄의 대표적인 ‘부작용’ 중 하나이다. 이는 ‘원본’인 호그와트의 ‘거미줄’에서는 거의 발생하지 않지만, 이외의 ‘복사본’에서는 낮지 않은 비율로 보고된다. 이를 해결하고자 노력하는 것과 별개로, 거미는 이 현상의 이유를 대충 알고 있다. ‘마법’을 한 장소에 묶어둔다는 말은, 곧 ‘마법의 흐름’을 강제로 멈춘다는 말과 같다. 이는 다시 ‘마법의 발현’을 억제할 수도 있다는 명제와 동치를 이루지 않는가?

 

[ 6. 사과 씨의 독 : ‘마법’ 무효화 ]

* 연구 중 문득 떠오른 발상을 거미는 놓치지 않았고, 몇 달 혹은 몇 년에 걸친 탐구 끝에 거미줄은 두 갈래의 가능성을 품게 된다. 통상의 ‘거미줄’과 다른 방식으로 ‘조율’된 ‘거미줄’은 그 속에 들어온 이의 마법적인 능력을 소실시킨다. 정확히 말하면, 그의 ‘의지’와 감응하여 움직여야 할 ‘마법’을 굳혀버린다.  지나치게 안정되어버리는 바람에,  ‘흐름’이 일어나지 않는 것이다.

* 거미에게 있어 이는 연구의 오점이나, ‘어른들’에게는 꼭 그렇지도 않았던 모양이다. 로지아 교수를 통해 정기적으로 제출하는 그의 연구 보고서에 이 내용이 올라가고 얼마 뒤, 거미는 해당 효과를 지닌 ‘거미줄’을 안정적으로 생산할 수 있는 방법을 추가적으로 연구할 것을 요구 받는다. 건조한 문장 뒤에 엿보이는 욕망 쉽게 읽어냈으나 거미는 잠자코 이에 따랐다. 그 또한 궁금증을 가지고 있었기에. 옭아매는 세기를 섬세하게 조절하지 않아도 되는 분, 완성까지 걸린 시간은 짧았다.

* 마법적 생물을 억류하는 데에 이미 많은 노하우를 가지고 있었던 마법부에서, 거미에게 부담을 지우면서까지 이를 원한 데에는 여러 내막이 있다. 그 중에서 가장 큰 것은 역시, 외교적으로 써먹기 좋은 카드이기 때문이리라. 새로운 시대에 새롭게 나타난 마법 인종, ‘이능력자.’ 한 개인이 갖기엔 지나치게 큰 힘을 품은 이들을 통제하거나, 더러는 이용하고자 하는 시도는 꾸준히 있어왔고, 이는 기존에 마법을 갖지 못했던 비마법사 사회에서 보다 활발히 나타난 움직임이다. 이런 상황에서, ‘편리하게 마법-초능력이든, 내공이든, 오라든 기(氣)든 뭐든 간에.-을 무효화 시킬 수 있는 도구’를 제공해줄 수 있다고 하면? 그 뒤는 굳이 말하지 않아도 뻔하다. 학생이 개발한 미완성 기술의 효과 검증 및 이에 따르는 위험성을 타국에게 떠넘기면서, 생색은 있는데로 낼 수 있는 것이다.

* 이것이 현재 세계 곳곳의 ‘이능력자 집단’ 내지는 ‘이능력 연구소’에서 ‘거미줄’을 찾아볼 수 있는 이유이며, 일부 이능력자 인권 단체에서 거미를 향해 내는 강도 높은 비판의 근거이기도 하다. 거미는 이에 대해, 어떠한 공식적인 입장 표명도 하지 않고 있다. 아직 호그와트의 보호 아래에 있기 때문에 그럴 필요가 없다고 생각한 것일까? 혹은….

 

[ 7. 다시, 과실 속 씨앗. ]

* 진리에 가 닿을 수 있다면, 무엇을 버려도 상관없다- 거미는 이리 말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 모든 방관과 굴종으로써.

* 그 죄스러운 순수에 얼룩처럼 묻어있는 약속들은, 너희가 남겼다.

 


NG

오너 NG 소재: 타임라인 대화 등, 메타적으로 다수의 사람(*오너)이 참여하는 공간에서 캐릭터 이입과 오너 이입이 잘 구분가지 않는 어조로 특정 캐릭터를 향한 집단적인 불링을 유도하는 행위 (*소재 자체가 아닌 오너 참여 행위를 말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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