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호그스미드라는 데 가면 와이파이가 될까~? ”

 

 
주소:  에어 광장 무대 위의 마리에드 귀하
이름:  마리에드 니브-킬리언 | Mairéad niamh-cillian
“뭐라고 불러도 좋지만, 머레이드는 안 돼. 마리에드야.”

나이:  11세
생일:  6월 17일
 

 

" #OOTD "

   
   

 

외관

아일랜드의 날씨 탓을 해야 할까? 아직 덜 익은 빛깔의 밝은 진저. 흰 동공 가운데에서부터 확연한 녹색 빛이 아롱지고 있다.

ㅡ여기서 잠깐. ‘덜 익은 진저’는 엄마 ‘니브’ 가 그를 부르는 애칭이다. 혹자는 저 정도면 그냥 브라운 아니야? 하고 속으로 가늠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누가 ‘니브’와 ‘킬리언’ 앞에서 “그 애 머리가 진저라고요?” 할까. 과연 누가 마리에드가 클로버라고 불릴 때 나서서 반박하려 들까? 일단 이 동네에는 없다. 뒤에서라면 모를까. 아무튼.ㅡ 단발 레이어드로 공들여 다듬었으나 손을 올리면 폭 꺼지는 곱슬.

 

표정부터 행동거지, 하다못해 옷매무새도 긴 시간 동안 사람 발길을 탄 부드러운 모래사장 알갱이 같다.

언제나 부드럽게 밟힐 것. 우아하지 않되 끊임없이 흐를 것. 연극적으로 풍부하되 툭 털어내면 털어질 정도로 가벼울 것.

아직 성장통을 겪어 본 적 없다. 무슨 뜻이냐면, 인파 사이에서 한눈에 찾기 어려울 정도로 키가 작다. 아직은.

 

 

성격

디지털 네이티브 | 기대에 부응하는 | 무대 위의 아이

 

 

기타

마리. 제발! 밥 먹는 동안엔 유튜브 쇼츠- 좀- 꺼! 엄마가 목소릴 높인다.

다른 엄마는 웃다가 머리를 헝큰다. 자기. 슬슬 인정해. 에드는 디지털로부터 태어나서 우리에게로 왔다니까? 이제부터는 그들의 이차전이다. 응 엄마들끼리 잘 얘기해서 나한테 알려줘~. 마리에드는 마저 수저를 흔든다. 두 사람이 저를 부르는 애칭이 마리와 에드 사이에서 합의점을 찾지 못했듯 이 말다툼도 언제나처럼 긴 평행선을 달리다 끝날 것이다. 그건 두 사람의 가교가 저라는 게 변함없다는 의미도 되므로…. 마리에드는 그저 “잘 먹었어.” 두 사람을 도닥이고서 (놀려먹는 게 맞다.) 사라지면 된다.

어느 날 제 머리 위로 편지가 떨어지기 전까지는 그랬다.

 

제 방보다도 오래 머무는 광장. 그 끄트머리에 서 있던 마리에드는 *머리를 스치고 간 부엉이*에 기절할 듯 놀랐다가 유려한 필기체로 쓰인 내용을 읽으면서는 살짝 웃었다. 참고로 짚고 넘어가자면, 마리에드는 이 집의 누구보다도 전자기기를 잘 다룬다. 자기 채널이 플랫폼별로 여럿 있고 매일 과잉 정보의 파도가 이는 인터넷을 그을리지 않은 채 서핑하는 데 도가 텄다. 그러니까 이 편지는…. 요새 유행? 드론을 썼나? 뭐라고 검색해야 나오지? ‘호그와트 행운의 편지 리액션?’  마리에드는 편지를 옆구리에 끼고 집으로 향했다.

이런건 ㅡ엄마가 봐도 경악하지 않는 종류의, 다소 고전적인ㅡ 장난 같았으니까.

 

예상과 달리 두 엄마는 심각하게 굳었고, 어물쩍 웃던 마리에드를 안고 ’맙소사! 너 정말 우리 애가 될 운명이었어!’ 오열했다.

그들이 서럽게 우는 걸 처음 봐 놀랐던 마리에드는 ‘나 마법사야? 이거 밈 아냐? 엄마? 그리고 엄마?’  반항? 할 기회를 놓치고 만다.

 

그렇게 마리에드는 호그와트로 향하는 열차에 오른다. 엄마들이 마법사고 이제는 ‘그게’ 내가 될 거라니. 실감은 안 나도 어쨌든 두근거리게 드라마틱한 이벤트라 기쁘…지만, 열차가 출발한 직후 그는 남몰래 좀 슬퍼하고 만다. 아무리 생각해도 난 마법사가 아닌 것 같은데. 뭔갈 잘못 보고 속아서 날 캐스팅한 거면 어쩌지. 어플이나 좀 만지면 되는데. 혹시 내가 마법사가 아니면? 그리고 엄만 무슨 호그와트에서는 TV도 휴대폰도 안 된다는 말을 나 계단 오르고 안아주면서 말해? ‘넌 분명히 멋진 마법사가 될 거’라고? 그게 뭘까.

아무래도 나 속은 것 같아….

 

 

: 마리에드는 제가 마법사일 리가 없다고 생각하고 있다. ‘분명히’ 뭔가 착각한 거야. 마법 같은 일은 일어난 적 없는걸.

하지만 누군가 그렇게 믿는다면 ㅡ그리고 그걸 제가 물려받았다고 생각하면ㅡ 역시 마법사가 되고 싶다. 근데 유튜브 숏츠에 재미있는 영상만 떴던 게 내 마법 덕은 아닐 거 아니야? ‘어디부터 어디까지가 마법이지?’ 그런 생각이 답지 않게 그를 지배한다. 기차에서 내린 마리에드는 그를 아는 사람이라면 깜짝 놀랄정도로 쭉 의기소침하고 소심한 상태다.

 

: 참. 마리에드가 제 채널을 여럿 가졌다 해서 딱히 뭐 스타는 아니다. 그냥 열심히 하는 만큼의 반응을 얻는다, 면 충분히 후한 평가.

스크롤을 대강 몇 번만 내리면 누구나 마리에드에 대해 많은 것을 알 수 있다. 그러니까 이 아이는 딱히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는 것도 아니며, 세상에 내보이고 싶은 자신이 있는 것도 아니고, 그냥 정량화된 수치로 쏟아지는 관심과 간편하게 누를 수 있는 사랑을 원한다는 걸. 바로 ‘그걸 기어코 받아내는 것이야말로’ 마리에드의 특기라는 것까지. 그 덕에 이렇게 잘 자랐다는 것도 어쩌면.

(물론 세상이 제 옆의 아이에게는 너그럽지 못할지언정 화면 너머의 아이에게는 꽤 너그러운 덕도 봤다.)

 

하지만 그건 이상하거나 나쁜 게 아니라, 그냥… 시대의 흐름 아닌가? 그 선두에서 신나게 서핑하는 아이를 누가 어떻게 말리랴.

그을릴 것 같으면 끌어내야겠지. ㅡ라고 두 엄마는 생각하고 있으나, 솔직히 그 성정에 좀 가려졌을 뿐 마리에드는 완벽한 중독자다.

 

 

: 지팡이. 뭐라더라? 아무튼 ‘좋은 나무’와 ‘괜찮은 심’과 ‘적절한 길이’라고 했다. 날렵한 모양새라 아무래도 좋다. 마음에 들었으니까!

: 들고 온 물건… 뭐였더라? 아무튼 이것저것 있다. 이거 네거 아냐? 하고 들이대면 아마 거의 맞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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