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굿 모닝, 굿 애프터눈, 굿 이브닝 앤 굿 나잇"


♬♪♩

“ 나한테 줘. 다 먹을게. ”

 

 

 주소:  스코틀랜드, 호그와트 마법 학교,
슬리데린 기숙사, "나만의 방"의 엘리엇

이름:  엘리엇 찰리 로저 | Eliot Charlie Roger
나이:  18세
생일:  1월 2일
       
       

 

외관

들뜬 희망과 새로운 시작과 추락 없는 롤러코스터의 가장 높은 고점과, 미래, 독립, 그런 것들로 부푼 풍선처럼 동그란 뺨. 4년짜리 ‘꿈’…….

희망과 미련이 섞여 미진했던 거식은 폭력적인 과식으로 대체되었다.

 

강박적으로 먹고 운동했고 달렸고 빗자루를 탔고 찰과상이 잦았고 흉터에 공들이지 않았다. 더 이상 드레스 입을 일이 없는데 손이 예뻐서 무슨 소용이 있냐는 듯이. 그의 언행에는 자주 필요와 축적이 등장하고, 잡초처럼 내린 뿌리를 잡아뽑아도 멸종되지 않는다. 마지막 귀가에서 돌아오는 날 킹스크로스 역에서 목격한 머리카락은 여전히 길었고 금빛이었으나 방학 내내 기숙사에 틀어박혀 유년으로부터 자신을 뜯어내는 동안 까맣게 죽었다.

 

이따금씩 콧등에 찍어 제 얼굴 가꾸곤 했던 점은 몇 번의 반복으로 상처가 되어 영구해졌다. 가리지 않고 집어삼키는 식음과 강박에 가까운 운동 덕분에 아직 키가 자라고, 근육이 붙어 제법 사람 꼴을 갖췄다. 다만 계량하여 살피면 섭취량에 비해 바싹 마른 나뭇가지 같은 몸과 이따금씩 햇빛 아래서만 달아오르는 창백한 뺨, 눈 밑에서 가실 날 없는 그림자와 미동 없는 입꼬리가 성년을 넘어서도 갇힌 몸을 이룬다.

 

빗자루와 블러저 몽둥이를 쥐는 손엔 상처가 반복되어 반장갑을 꼈다. 병동의 휘틀리가 권한 것이다. 백금 귀걸이는 쥐어뜯길 때도 빠지질 않아 건재하되 구멍 뚫은 자리가 조금 찢겼다. 잡아당기면 구멍이 벌어진다. 별 박힌 두건과 넥타이들, 진실과 약속이 뒤엉킨 계약서 따위가 웃음과 함께 침대 아래 잠들어 있다.

 

쥐어뜯긴 반만큼의 머리카락을 올려 묶는다. 지난날의 머리끈은 이런 방식으로 재사용된다.

 

 

성격

목표지향의 | 예민한 | 악착같은 | 독립.

 

 

기타

동급생만 남은 호그와트는 지루하고 재미없는 불안이 도사리며 새로울 게 없다. 이미 그가 너무 많이 알고 동시에 그를 너무 많이 아는 아이들은 서로를 걱정했다가, 미래를 염려했다가, 다가올 끝을 예감했다가, 다 아는 것처럼 굴었다가, 으름장을 놓았다가 이후엔 전부 뿔뿔이 흩어질 것이다. 비로소 환상이 끝난 이후를 걷는다. 폐장된 디즈니랜드를 돌아보며 구매한 적 없는 입장권을 생각한다. 그는 ‘진짜’ 세상으로의 티켓을 구매해야 하고 가족의 유무와 가족의 지위와 재산, 기반 따위가 할인률에 반영되었지만 그는 정가에 웃돈을 얹어야 한다.

 

희미한 재능과 졸업장을 끌어안고 친구들과 비슷한 일상을 영위할 수는 없었다. 필요를 모르는 사람들을 그는 이해할 수 없다. 출발선에도 ‘도달해야’ 한다는 사실을 이해하지 못하는 집단에 그는 소속될 수 없다. 상식과 사회성과 관계와 감정으로 쌓은 5년짜리 탑이 흔들릴 때마다 그는 자신의 진짜 이름이 바벨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한다. 어쩌면 시시포스거나. 도끼를 든 방문자거나. 또는 꼬집혀도 달려오는 개. 광동어를 쓰는 금발의 백인, 푸른 눈의 사기꾼, 그러나 결코 프린세스가 되지 않을, 181cm.

 

찰리의 끔찍한 점은 언제나 새로운 사람이 필요하단 거다. 엘리엇의 엉망인 점은 모든 것에 너무 쉽게 질린다는 거다. 로저는 이제 없다. 졸업하면 성을 버릴 테니까. 다시는 디즈니랜드에, 란타우 섬에 돌아가지 않을 테니까. 성씨와 출생과 기원으로 자신을 증거해야 하는 직장엔 취업하지 못할 테니까. 그는 개의 미래를 안다….

 

5학년 초, 바이올렛 반 데이크의 도움으로 프로 퀴디치 2군 팀에 지원 자격을 얻었다. 학기 가운데 외출 허가를 받아 시험과 면접에 다녔다. 미약할지언정 마법이 끊긴 적 없다는 사실이 가산점이 되어 그를 도왔다. 개는 늘 운이 좋았고, 사람에 맞춰 살랑거릴 줄 알고, 이미지를 시늉할 줄 알고, 잘 웃었다. 5학년이 끝나자마자 예비 선발로 나가보란 계획을 통지받았다. 안정적인 수입과 몸 누일 행운이 머지않아 확정 될 것이다.

 

…또는 아무것도 모른다. 4학년 방학의 거동 제한은 돈을 벌 기회를 빼앗으면서 작은 유예를 도로 쥐여주었다. 거주할 ‘나만의’ 공간과 제공되는 음식의 일정한 온기와 맛, 안전한 지식, 빨아들여 써 먹을 내외부의 정보값, 제대로 된 삶을 시늉하기 위해 스스로를 폭행하듯 섭취하는 타인의 일면들. 모조리 끌어안고 비굴해져야만 일굴 수 있는 가상의 터전. 무실無實한 퀴디치 팀과 결투클럽, 밴드, 그 밖의 모든 무용한 것들을 관뒀다. 불필요한 웃음과 실없는 장난도 지겨워졌다. 그는 매몰되어 있고, 기민하게 굴며, 욕심을 배우고, 움켜쥐는 법을 알았다.

 

물론 가차없이 버리는 법도.

더는 꼴보기가 싫고, 더는 찾지 않을, 더는 예쁘지 않은. 어쩌면 사람.

혹은 자기 자신.

 


NG

없음, 조율 불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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