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마"
“ 아니, 관심 없다. ”
주소: 스코틀랜드, 호그와트 마법 학교, 후플푸프 기숙사, 토끼굴 옆 방의 렌 이름: 미나토 렌 / Minato Ren 나이: 15세 생일: 12월 31일 |
외관
여전히 태도 불손하다. 학교에 있는 동안 다듬을 방도가 없던 머리카락이 목덜미를 덮는다. 반절을 집어 무성의하게 묶었다. 키는 그다지 크지 않았다. 남보다 일찍 자라기 시작했으니 남보다 일찍 멈추기 시작한들 그다지 아쉬울 것 없었다. 체격은 조금 더 다부졌나. 딱 1년의 시간만큼 어른에 가까워졌다. 전보다 보폭이 넓고 걸음이 빨라졌다. 곧게 뻗은 팔다리의 동작이 간결하다. 구둣발 소리를 따라 잘각거리는 금속음 울린다. 노랗고 푸른 눈동자가 형형하게 빛난다.
성격
무뢰 | 무정 | 무심 | 그래서 “진짜로” 뭘 어쩌라고?
기타
✦ 하나, 미나토 렌에 대하여.
화가 줄었다. 그리고 다시 화가 늘었다! 어떻게 된 일인가 하면 당연히 그 주머니 속에서 짤랑거리는 금속 물체와 관련이 있다. 갈레온인가? 그럴 리 없다. 4학년의 ‘싸가지, 성격 나쁨, 무뢰배’ 미나토 렌은 하나의 도피처를 발견했다. 발견하고, 즐기고, 남용했다. 꼬리가 길었다. 누군가는 리멤브럴을 사용해서 (마법 물품에 의존했다는 점에서 너도 나랑 다를 바 없지 않냐?) 또 다른 누군가는 기시감을 통해서 (끝까지 아니라고 잡아떼면 그만이지.) 도주를 발각했다. 들키면 안 될 비밀이 생겼으며 (말해두는데, 네가 먼저 묻지 않으면 나도 들킬 일 없어.) 경고를 내리는 이가 늘어났다. (거기서 멈춰. 너와 내 관계는 고작해야 그 정도 거리야.) 뭐, 운 좋게도 서로를 이해할 수 있는 동지도 얻었으니 마냥 나쁜 일은 아니었을 지도 모른다. (그런데 이게 제대로 된 이해가 맞나?) 그래서 어떡하라고? 시간이 돌아간다. 다가오지 않을 미래는 오직 그 혼자만의 점유물로 남는다. 아니, 기억 저편으로 사라진다. 도망치지 마라니, 이 얼마나 우습고 간단한 말인가. 그는 조소했다. ―다들 이걸 원한 거 아니었나? 모난 곳 없고 주먹다짐도 없이 무난하고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정겨운 대화 말이야.
랫! 아니, 윌리엄스! 졸업 5분 남기고 이런 말 당신께 좀 그렇겠지만, 지금 주문해도 돼요? 대량으로 구매하려고 하는데⋯ 아, 남는 재고 전부? 그럼 저야 좋죠. 그래서 5학년의 ‘덜 싸가지, 좀 차분했음, 그래도 무뢰배’ 미나토 렌은 때때로 시간을 돌렸다. 돌리고, 초조해하고, 남용했다. 요령이 생겼다. 돌아온 과거와 새로운 현재를 자연스럽게 잇기 위해서다. 아무렇지 않게 굴거나, 실없는 소리를 뱉거나, 적당히 흘러 넘겼다. 아이러니하게도 이 현상은 처세술 또는 사교성과 비슷해 보였다. 그의 동기 대부분은 처음 만난 순간부터 이미 지니고 있었던 어떠한 것. 그럼에도 종종 발각당했다. 그 횟수가 조금씩 늘었다. 그래도 혹은 그래서 계속해서 시간을 돌렸다. 그러면 지금은? 손에는 오직 두 개의 타임 터너가 남았다. 아하, 이제는 이런 짓도 못한다 이거지. 다시. 그는 조소했다. 아니지. 울분을 터트렸다. 아닌가? 태연자약하게 굴었다. 아무튼 이렇게 말했다. ―XX, 해달라는 대로 얌전히 살아주기 더럽게 어렵네! 그래서 어떡하라고? 그냥 다 때려치우고 예전의 싸가지로 돌아갈까? 타임 터너 없이도 ‘되돌릴’ 수 있는 건 이제 그것밖에 없는데 말이야⋯.
✦ 둘, 이능력자 이슈에 대하여.
불쾌감을 느낀다. 비마법사 문물에 익숙한 이들 만큼은 아니겠으나 미나토 렌 역시도 사회가 돌아가는 꼴을 안다. 어쩌면 그였기에 더욱 자세히 알 수 있는 부분도 있다. 일본 정부는 마땅히 자국의 마법사들에게 접근했다. 전국적으로 흩어져 지내던 마법사들은 사방팔방 돌아다니며 머리를 맞대어 의견을 취합했다. 모두가 “더 나은 미래를 위해 현재를 희생해야 한다”라는 명제에 동의했다. “하지만, 어떻게?” 방법에 있어서는 의견이 갈렸다. 비마법사 사회에 마법을 밝히고 이능력자들과 화합을 주장하는 이, 마법사끼리 뭉쳐 마법의 불안정성 문제를 가장 먼저 해결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이, 마법을 밝히지 않는 조건으로 비마법사 사회에 협력해야 함을 주장하는 이⋯. 엔모리 마을의 마법사들 역시 하나 둘 의견을 내놓았다. “‘마법사’가 ‘이능력자’로서 기능해 그들 사이에 섞일 수 있다면, 그 반대도 가능하지 않겠는가?” “하지만 틱―톡이니 유튜브니 하는 것들에 익숙한 사람들이 마법 사회로 들어오려고 할까요?” “예전 마호토코로에서도 그런 아이들은 충분히 있지 않았습니까. (그거야 열 살도 채 안 된 아이들이었으니 그렇죠!) 아닙니다, 분명 지금도⋯ 그렇지. 그 아이가 있는 곳이 영국의 마법학교라고 했던가요? ⋯ ”
불쾌한 편지가 늘었다. (꺼져!) 대부분 무시하고 종종 찢어버리고 자주 태웠으며 아주 가끔 답장했다. 몇 장 정도는 학교의 검열에 걸려서 스스로 처리할 필요조차 없었다. 더 나은 미래라니, 현재를 희생하라니! 편지에 ‘너는 우리의 하나뿐인 희망’이라는 그럴싸한 문구라도 적었다면 그를 몰라도 너무 모르는 사람일 테다. 제 문제 하나 처분하기 급급한 비겁자에게는 그것들이 마치 뜬구름 잡는 소리처럼 들린다. 그런 말들을 면전에서 들었을 가능성을 생각한다면, 학교가 학생들을 ‘보호’하기 위해 조치를 취한 것은 차라리 잘된 일이었다. 그는 스스로의 예상보다는 조금 더 잘 지냈다. 입학한 이래로 끊임없이 지속되던 학우들과의 잡다한 다툼을 일상이라는 말로 표현할 수만 있다면, 특별한 사고도 치지 않았다. 통제 자체는 불유쾌했지만 그렇다고 억지로 밖으로 나갈 이유도 없었다. 정확히 말하자면, 나간들 갈 곳이 없었다. 스무 명 남짓한 동급생들과 함께 방학을 보내는 것도 이제는 익숙했다. 적응했냐고? 아니. 받아들였냐고? 아니! 그냥 남들도 자신처럼 불쾌해하는 꼴 보면서 즐기는 중이다. 누군가에게 말했듯 그는 행복한 인간들을 보면 속이 뒤틀렸고 불행한 인간들을 보면 만족감을 느꼈다. 그래서, 지금 "정말로" 즐겁냐고? 글쎄, 어떨까. 하지만 그런 걸 알아봤자 대체 뭘 어쩌겠다고?
✦ 셋, 가족에 대하여.
언급에 있어 전보다 부담이 줄었다. 졸업 전까지 고향에 돌아갈 필요가 없다니 얼마나 다행인 일인가. 졸업 후에는 어딘가 멀리 떠나버리면 그만이다. 그의 빈자리는 어느새 말문을 트기 시작한 동생이 대신할 것이다. 아니, 분명 대신했을 것이다. 자신과 다르게 방긋방긋 웃을 줄 알아 온 마을의 예쁨을 독차지하며, 자신과 다르게 타인을 저주하지도 거부하지도 않고, 자신과 다르게⋯ 잠깐. 그럼 마법은? 미나토 렌은 언젠가부터 가족들이 보내는 편지를 읽기 시작했다. “렌, 그간 잘 지냈니?” 패스. “우리 모두가 너를 그리워하고 있단다.” 이것도 패스. “어제는 오랜만에 대청소를 하다가 옛날 앨범을 찾았지 뭐니. 린이 사진 속 네 모습을 가리키면서 어찌나 좋아하던지.” 이딴 말은 왜 보내는 거야? 무심하게 종잇장 넘긴다. “⋯ 필요한 게 있다면 언제든 연락하렴. 사랑한다.” 지긋지긋하군. 그렇지만 이번 편지 어디에도 “네 동생이 드디어 마법을 발현했단다!” 라는 글은 적혀있지 않았다. “네가 그랬던 것처럼 허송세월이나 보내면서, 학생들을 가두는 정신 나간 마법 학교에 입학할 수 있을 때까지 기다리게 할 거야.” 라는 글도. 마법의 헛짓거리 끝. 안도의 한숨 따위는 없다. 지팡이를 가볍게 흔들어 소멸 마법을 사용하면 편지의 흔적이 온데간데없이 사라진다.
Etc.
1. 호불호: “이게 의미가 있나⋯.”
2. 성적이 조금 떨어졌다. 마법의 불안정이 영향을 끼치기 시작했다는 증거다. 그래도 등수는 크게 변하지 않았다. 마법은 모두에게 공평하게 (진짜?) 불안정했으므로.
3. 밴드 《언리미티드 버스터즈》에서 ‘아마도’ 탈퇴했다. 5학년이 시작되자마자 탈퇴서를 제출했으나 베히뷘트 에크하르트의 승낙을 받았을지는 알 수 없다. 어차피 활동 한 번 한 적 없으므로 구태여 결과를 묻지도 않았다.
4. 퀴디치 팀에는 여전히 가입되어 있다. 이미 사라진 것과 마찬가지인데 괜히 여러 절차를 걸치기 귀찮았다. 사실은 어떻냐고? 유리 라스콜니코프가 팀에 혼자 남을까 봐 선심 쓰듯 탈퇴를 철회했다. 바보 같은 미나토 렌. 유리가 먼저 팀을 탈퇴하려다가 그 꼴을 보고 남아준 줄도 모르고.
5. 이번 학년에도 새 빗자루를 받았다. 그러나 고도 제한이 생긴 뒤로 단 한 번도 비행을 시도하지 않았다.
덧붙여 자신을 ‘이능력자’라고 칭하는 것을 지독하게 싫어한다. 그는 이능력자 따위가 아니다.
그러므로 미나토 렌은 여전히 마법사였고, 그 사실은 그에게 있어 아주 중요했다.
NG
(사전 안내 없이 접하는) 펫로스 증후군 경험에 대한 상세한 심리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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