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우리의 삶은, 이미 십자가 짊으로써 죄사함을 받았나니... ”

 

* 외관 참고용 이미지, 비상업적 이용이 허가된 픽크루 사용

 주소:  스코틀랜드, 호그와트 마법 학교,
래번클로 기숙사, 탑 꼭대기 기운 지붕 방의 도나텔라

이름:  한글 / 원어
나이:  15세
생일:  8월 31일

 


 

외관

 마지막 허물을 벗은 거미가 탑을 휘감아도는 바람에 몸을 말린다.

 

 부산스럽게 뻗쳐있던 백금발을 나름대로 정리하였다. 서툴게 잘린 앞머리의 끝이 속눈썹 위에서 흔들거린다. 5년 만에 드러난 눈은 이전보다 조금 짙고, 음울하게 보이는 흑녹색이다. 어쩌면 이는 눈 밑과 주변에 드리운 그늘이 더 깊어졌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볼살이 빠진 것인지, 아니면 식사를 챙기지 않아 야윈 것인지 광대는 꽤나 깊이 패어 있고, 습관처럼 잘근거리는 입술은 허옇게 튼 채다. 머리칼에 가려져 있기에 몰랐으나 제법 성마른 인상이다. 수더분하다는 느낌은 많이 지워졌으나, 그 자리를 깊이 모를 음울함이 채웠다. …아니, 어쩌면 이 군청이 거미가 본래 띄었어야 하는 색인지도 모른다.

 

 휘영청한 달빛 아래 드리운 그림자는 꽤나 길쭉하다. 유려하게 휘어진 네 쌍의 다리가 고성의 돌벽을 조심스럽게 딛는다.

 

 지난 달을 마지막으로 성장통이 멎었다. 4학년이 불미스럽게 마무리 된 이후로도 꾸준히 자라난 키는 어느새 두 단 위에 꽂힌 책을 굽어볼 정도가 되었다. 깃펜 쥔 손가락은 여전히 얄쌍하다 못해 앙상하고, 몸에는 살 붙지 않은 탓에 멀리서는 꼭 허수아비 세워놓은 것처럼 보였으나, 그럼에도 가까이 섰을 때는 묘한 위압감이 느껴진다. 변함없이 구부정한 자세로 나돌아다녔으되 이전처럼 주눅든 듯한 느낌은 옅다. 그보다는 땅 기는 것들 호시탐탐 살피는 독수리의 모습에 가깝다. 지혜의 상징인 맹금은 곧 죽음을 수확하는 청소부이기도 한 것이다.  몸에 맞게 새로 맞춘 교복과 바닥에 끌리는 새까만 망토는 그러한 인상을 더욱 강하게 한다. 파랗고 검은색의 섬유들은 마치 몸에 돋아난 깃털인 양, 그의 몸을 자연스레 감싸고 있다.

 

창백한 거미는 더 이상 그늘 속을 숨어다니지 않는다. 조심스럽게, 그러나 확신에 찬 걸음으로, 화사한 빛웅덩이를 건넌다.

 

 4년 내내 그림자처럼 붙이고 다니던 주저함과 망설임이 크게 줄었다. 오히려 무모할 정도로 과감한 면모를 자주 보인다. 이는 붉은 사자들의 용기와 기백과는 또 결이 다른 담대함이다. 시야가 협소해졌다고 표현해야할지도 모르겠다. 미덕이라 하기엔 지나치게 주변을 살피지 아니하니. 탐구에 골몰한 학자의 맹목과, 보이지 않는 무언가에 쫒기는 자의 조급함이 언제나 거미 곁을 맴돈다. 그러나 한편으로, 이러한 채찍질이 거미에게 결핍되어 있던 행동력을 채워준 것도 사실이다. 이따금씩 흘리는 신경질적인 웃음은 결코 우울하거나, 불안하지만은 않다. 들뜬 감정과 내보이기 부끄러운 만족감이 돌에 박힌 석영처럼 반짝이고 있다. 부(不)의 성장 또한 나아감이라 할 수 있을까? 글쎄. 이를 결정하는 것은, 언제나처럼, 그 자신이 되리라.

 

 

성격

Main Keywords: 음침하고 속 읽기 어려운 | 들떠있는 우울 | 지혜에 천착한 몽상가

Sub Keywords: 비틀린 자기 만족감 | 조바심에서 안락함을 찾는

 

 

기타

[ 1. 기본 정보 ]

  • 잡다한 인적사항들은 이제 중요치 않다. ‘래번클로의 창백한 거미.’ 그를 가르키는 말은 이 한 줄로 충분하고, 그를 대할 때 지켜야 할 예의는 ‘기운 지붕 방의 문을 함부로 열지 말 것.’ 이 하나 뿐이다.
  • 멸칭 혹은 별칭이었던 ‘아라크니드’는 어느샌가 같은 어원을 가진 ‘아라크네’로 바뀌었다. 이는 그가 ‘거미줄’의 주조 목적을 숨기지 않게 된 이후 일어난 변화다. 옛 베짬이의 이름에 내포된 오만함과 경애, 양쪽 모두를, 거미는 묵묵히 받아들인다.

 

[ 2.  떠나온 옛 둥지 : 성 지타 수도원 ]

  • 다른 많은 아이들과는 달리, 거미에게 있어 호그와트에의 감금은 오히려 호재에 가까웠다. 거미는 이제 제가 나고 자란 굴의 사정에 더 이상 연연하지 않기로 하였다.
  • 한 통의 편지, 아니 안부를 묻는 말 한 줄이라도 받았다면 조금은 미련을 남겨둘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4학년 종업식에서의 이변 이후 여름방학이 끝날 때까지, 거미에게 전해진 수도원의 소식은 없었다. 그리고 이는 놀랍지 않은 일이었다. 후련한 해방감과 함께 가슴 한켠을 누르는 허무감을 곱씹으며, 거미는 종탑 다락문의 열쇠를 아무도 모르는 곳에 버렸다.
  • 이제 거미에게 남은 수도원의 흔적은 낡고 녹슨 십자가 목걸이와, 이제와서 떼어낼 수 없을 만큼 깊이 체화된 기독교식 사고관과 생활양식, 그리고 고향땅에 죽어 묻힌 성녀의 이름 뿐이다. 그는 이들을 안고 살아가려 한다. 밉게 느껴질 때가 없는 것은 아니었으나 열쇠와 함께 버리기에는 배인 정이 깊었다.
  • 하여, 5학년이 된 이후로도 래번클로 기숙사의 아침은 거미의 기도 소리와 함께 시작된다.

 

[ 3. 거미의 둥지 : 호그와트 ]

  • 많은 일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도나텔라 “아라크니드” 세라피나는 여전히 지혜를 구하는 독수리이자 첨탑 밑에 둥지를 튼 거미이다. ‘마법’에 대한 회의와 ‘어른들’을 향한 불신이 만연한 가운데, 드물게도 학문에만 골몰해있는 학생이기도 하다. ‘거미줄’을 위시로 한 도발적인 실험은 난항을 겪으면서도 계속해서 이어지고 있으며, 때문에 그는 외부 인사와 교수진들에게 있어 요주의 인물 중 하나다. 좋은 의미로든, 나쁜 의미로든.
  • 당연히, 그의 이러한 입지는 과거의 호그와트에서라면 있기 어려운 일이다. 학생 신분으로 아무리 영민하고 특출난 한들, 그가 받을 수 있는 ‘관심’에는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다른 많은 학생들이 있고, 문서화된 규칙이 있으며, 더 뛰어난 어른 마법사들이 넘쳐나는 ‘정상적인’ 사회에서라면 졸업도 하지 못한 거미는 그저 한 명의 수재에 그쳤을 것이다. 그러나, 멸종의 기로에 선 작금의 마법 사회는 상술한 것들 중 어느것도 제대로 갖추지 못한 상태다. 그러한 공백이, 고작 서른명 남짓한 아이들을 강압적으로 손아귀에 두어야 할 만큼 절박해진 마법 사회의 처지가, 그로 하여금 과감한 행보를 가능케하였다.
  • 그는 이제 자신의 ‘가치’를 이해한다. 그리고 이를 적극적으로 이용할 만큼 대담해졌다. 마법 사회와 비마법 사회 양면으로부터 ‘관심’을 받고 있는 현재의 상황은 누군가에겐 답답하게 옥죄는 사슬이겠으나, 역으로 생각하면 ‘정상적인 상황’에서라면 불가능할 지원과 조력을 끌어낼 기회이기도 하다. 지난 1년 동안, 그는 부지런히 돌아다니며 호그와트에 남은 교수진 및 마법부의 관료들,  마법 사회의 동향을 살피고자 하는 외부 인사들과 접촉했다. ‘마지막 세대’의 행보가 꺼져가는 ‘마법’의 불씨를 되살려 줄지도 모른다는 낙관적인 기대를 부추기고, 스카우트 대상의 호감을 사기 위해 다소의 비용 정도는 지불할 용의가 있는 사람들의 계산을 파고든 결과, 거미는 학생 신분으로 얻기 힘든 규모의 지원과, 상당한 행동의 자유를 얻을 수 있었다.
  • 물론 이는 ‘어른들’의 손아귀 속, 새장 안쪽의 자유에 불과하다. 그러나 거미에겐 그것으로 족했다. 애초에 자유를 향한 갈망을 이해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말로 꺼내지는 않지만, 그가 현재의 처지에 그럭저럭 만족하고 있음을 읽어내기는 어렵지 않다. -기실, ‘어른들’이 그에게 도움을 준 데에는 그의 이런 성향 덕도 있다.- 이는, 조심스럽게 말하자면, 통제와 강압에 저항하고자 하는 학생들에게 밉보일 수도 있는 태도였으나… 글쎄. 뭐, 그가 ‘뒷편’에서 돕고 있는 일을 생각하면, 그를 ‘부역자’로 규정지을 수 있을지는 조금 신중하게 접근해야 할지도 모른다.
  • 거미가 이런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하면서까지 완성하고자 하는 ‘마법’은, 단순한 만큼이나 원대하다. 지난 3년간 호그와트의 일상 속에 녹아든 것이기도 하다. 바로…

 

[ 4. 물에 비친 달을 낚을 그물 : ‘거미줄’ ] (※ 4학년 비설 파트 변용)

  • 3년간 거미가 엮어, 호그와트 전역으로 펼친 ‘거미줄’은, 교내에서 흐르는 ‘마법’의 흐름을 읽고 분석하기 위한 탐침이며… 동시에 탱탱볼처럼 사방으로 튀기고, 잘못된 곳에 정착하였다가, 언제 그랬냐는 듯 변덕스럽게 떠나가곤 하는 ‘마법’을 옭아매기 위한 ‘그물’의 토대이기도 하다.
  • ‘마법 그 자체를 묶어 고정시킨다.’ 이 담대한 구상은 약 4년 전, 루 머피의 지팡이 소동으로부터 시작되었다. 노래거미의 실에 깃든 구속력과 기존의 주문을 적절히 응용하여, 지팡이 심의 ‘마법’이 부러진 나무틈을 통해 흘러나가지 않게끔 ‘묶어두는 것’에 성공한 거미는… 곧, 동일한 일을 보다 넓은 범위에서, 큰 규모로 실현할 수 있을지 궁금해하기 시작한다. 어렸던 거미는 몰랐다. 자신의 발상이 ‘마법’이라는 ‘개념’ 자체에 간섭하는 주문에 가까운 것이며, 상식적인 마법사라면 미쳤다고 손가락질할만큼 황당한- 일례로, 그가 지팡이를 수리한 방식에 상당한 흥미를 가졌던 울브즈 교수조차, 어린 학생의 면전에서 헛웃음을 흘리지 않기 위해 노력했다. - 공상이라는 사실을.
  • 그러나, 최초의 마법이 투박한 기원에서 비롯되었고, 지금은 일상이 된 이적들이 주문으로 엮이기 전엔 모두 허무맹랑한 상상에 불과하였듯. 때론 다듬어지지 않은 발상으로부터 거대한 경이가 태어나기도 하는 법이다. 선배들에 비해서 학업 부담이 없는 수준으로 줄어들고, 줄어든 학생 수와 유명무실해진 학칙으로 인해 행동이 비교적 자유로웠던 거미는, 남는 시간에 ‘소일거리’ 삼아 자신의 공상을 실현시켜보고자 노력 -그 과정에서 사정 아는 교수들의 묵인이 있었음은 말할 것도 없다.-  그 결과 펼쳐진 광경이, 현재 호그와트의 대부분 구역을 휘감고 있는 ‘거미줄’들이다.
  • 그렇다면, 거미의 이 당돌한 계획은 얼마나 진척되었는가?  4학년 시점에서, 그리고 5학년이 된 현재까지도, 그가 주력하고 있는 과제는 ‘마법’의 ‘흐름’을 읽어보는 것이다. 보다 정확히 말하자면, ‘거미줄’을 매개로써 마법이 움직이는 방향과 규칙성, 발현 조건 같은 것을 눈에 보이는 형태로 일반화하는 것이 그의 중간 목표이다. 마치 거미가 미세한 진동만으로 사냥감이 걸렸음을 알아채듯이. 여간해선 남들에게 보여주지 않는 그의 방 안, 모든 거미줄이 뻗어나온 실타래에서, 그는 거미줄을 타고 전해져오는 ‘정보’들을 기록하고, 분석하여, 이를 토대로 호그와트 내부의 ‘마법적인 청사진’을 구축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이는 난해하며 또한 지난한 작업이다. 거미줄을 통해 전해져오는 정보들은 전혀 걸러지지 않은 날 것 그대로이며, 거미의 이름을 빌려쓰고 있을 뿐인 거미는 진짜 거미와 같은 본능 내지는 암묵지를 가지고 있지 않았으므로.
  • 수십개의 이론, 수백개의 모델, 수천장의 양피지와 수만번의 ‘관측’... 잠을 줄이고 수업을 빠져가면서 골몰한 보람도 없이, 4학년까지 거미가 얻은 결과는 보잘 것 없었다. ‘마법’이라는 것은 어린 그의 생각보다 훨씬 복잡하고 또 어렴풋하다. 손에 쥘 수 있는 것 같이 보이면서도, 손 뻗으면 안개처럼 흩어진다. 이를 명확한 규칙으로서 규명하는 것은 정말, 정말로 어려운 일이었다. 기운 지붕 방과, 래번클로 기숙사의 서고와, 심지어는 도서관 일부 구역까지 점령해버린 그의 양피지 두루마리들을 보라! 빼곡한 글씨들은 거미가 쏟은 노력들과, 딱 그만큼의 실패를 증거한다.
  • 그러나, 어쩌면, 5학년이 끝나가는 올해는 다를지도 모른다. 비록 해석의 가닥을 잡지 못하였다고는 하나, ‘정적이고, 자연스러운’ 마법의 흐름에 대한 데이터는 지난 수년 간 착실히 쌓였다. 다양한 층위의 관측 결과를 얻기 위해 조정해야 할 ‘변수’도 어느정도 감이 온다. 또한  외부의 ‘어른들’로부터 유치한 금전적·비금전적 지원과, 내부의 학우들과 맺은 협력 관계는 작년까지의 지지부진한 연구를 진척시킬 타개점이 될 것이다. …적어도, 거미는 그렇게 기대하고 있다. 그리고 이를 마냥 낙관적인 희망이라 치부하기는 어렵다. 어쨌거나, 4학년 종업식 이후로 상황이 급변한 것은 사실이었으므로.
  • 졸업까지 남은 기간, 다시 말해 거미에게 주어진 실질적인 데드라인은 약 2년. 뭐, 어쩌면 그보다 짧을지도 모른다. 변덕스러운 마법이 어느날 갑자기 그를 떠나버릴 수도 있고, 점점 말라가는 ‘마법’에 조급해진 ‘어른’들이, 성과 나오지 않는 연구에 투자하는 것을 무가치하다고 여기게 될 수도 있다. 그러나, 거미는 낙관적인 가능성만을 생각하기로 한다. 주께서 그와 함께하므로.
  • 이제는 익숙해진 거미줄의 떨림을 기계적으로 기록하며, 그가 조용히 찬송가 한 소절을 허밍한다. 파이프 오르간의 내부처럼 복잡하고, 거대한 거미굴처럼 음산하게 변해버린 첨탐 꼭대기 기운 지붕 방의 한 가운데서. 거미줄로 봉해진 문 너머에서는 오늘도 깃펜 사각거리는 소리가 들린다.

 


NG

타임라인 대화 등, 메타적으로 다수의 사람(*오너)이 참여하는 공간에서 캐릭터 이입과 오너 이입이 잘 구분가지 않는 어조로 특정 캐릭터를 향한 집단적인 불링을 유도하는 행위 (*소재 자체가 아닌 오너 참여 행위를 말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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