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꽃보다 " 


 

안 되는 거 몰라서 이러는 거 아니야.

 

주소:  아일랜드, ...마리에드. 이 편지 길바닥에 떨어져 있던 거 알아? 설마 일부러니?
이름:  마리에드 니브-킬리언 | Mairéad niamh-cillian
나이:  14세
생일:  6월 17일 
     
     

 

외관

덜 익었다가, 새빨갛게 물을 들였다가, 뭔가 브릿지를 하려다 대차게 실패하고, 물이 빠져 얼룩덜룩한 머리칼. 녹아내린 곱슬은 날로 힘을 잃어간다. 그 김에 짧아졌다.

“꺅!”소리 나는 성장통에 시달린다. 접두사가 ‘고통에 몸부림치는’인 ‘접시에 머리주차 클럽’ 따위가 호그와트에 실존한다면 동아리 부장일거다. 얌전히 크진 못하고 주변을 다소 괴롭게 했다. 본인은 무혐의를 주장하나 죄목은 “나 키 컸어.” 아 어쩌라고? 안 궁금해 죄. 그만큼 몸을 잘 다루는 지는 모르겠지만 언제든 어디서든 몸짓이 가벼운건 확실하다. 소금기 하나 없이 해변가 멀리에 선 소년. 젖은 모래 알갱이만치 버석거리는 어린애. (아직도?) 아직도. 성장통에 ‘시달린다.’ 키가 태피처럼 컸는데도. 여기서 더?

 

어떤 환경에, 사람에, 시선에, 생활양식에 시간을 들여 익숙해진 사람 특유의 오밀조밀한 미소는...

토끼굴 옆 방 빨간 침대 머리 맡에 나란히 놓인 초대권, 다 닳은 조개껍질, 그리고 칭찬 스티커와 대칭을 이룬다.

평소에는 치마를 입었다. 최근 스웨터를 오버 사이즈로 새로 사서 거기에 더 어울리는 반바지에 정착.

 

 

성격

폐쇄된 채널 | 안정적 궤도 | 미묘한 균형 | #해시태그 그렇게 쓰는 거 아닌데.

 

 

기타

에드. 정말 일부러 그랬어? “니브는 몰라도 킬리까지 이러네?! 킬리언. 내가 왜?” 엄마가 왜 이직하느라 머리 빠져가면서 이사 왔는지 모르는 거 아니지? 세상이 너무 복잡하고 빠르게 흘러가. 널 걱정하는 거잖아. “킬리언. 나도 알아. 자.” 너 설마 *열네 살*이 안는 걸로 무마하는 거니? “아… 열네 살은 이제 안 된다?” 잘 다녀와. “안녕.”

 

신설된 지하철 구석에 앉은 마리에드가 주머니 속 편지를 꺼낸다. 생전 처음 보는 것처럼 들어올렸다 손을 뗀다. 공중에 머무를까? 그러나 무릎 위로 툭 떨어진다. 오늘은 운이 ‘나쁜’ 날이네. 마법을 별자리 운세 취급한다. 이래도 되나? 미묘한 기분으로 편지를 다시 주머니에 쑤셔 넣는다. ㅡ잠깐, 마리에드. 그러다 마법이 터졌으면 어쩌려고 그랬어? 아니 피사의 사탑이 똑바로 섰는데 지하철 탄 열네 살이 종이 띄워봤자. 와! 쟤도 혹시 해시태그 이능력, 해시태그 헐 대박. 인가? 겠지 뭐.ㅡ 누가 찍었어? 찍으라 해…

두 세계가 아직도 각자의 혼돈에 빠져있으니, 저 혼자만이 혼란스러운 게 아니라면 마리에드는 이대로도 나쁘지 않다. 자기가 뭘 원하는지 알면 괜찮다더니 선배-어른들 말 틀린 거 하나 없다. (농담이다.)

 

반년만 인터넷을 끊어도 세상은 *끔찍할 정도로* 변한다. 따라가기 벅차지는 않다만 마리에드의 채널은 잠정폐쇄 상태. 그래도, 언제나, 대화나 함께한 시간보다도 이 ‘스와이프’로 더 많은 걸 알게 될 수도 있다. 마리에드는 그걸 안다. 그래서 쭉 피드를 갱신 중이지만 오늘은 정말 볼 게 없다. 그는 화면을 끄고, 제 종착역 호그와트를 생각한다.

밴드. 재밌어 보였지만 앞자리를 지키며 박수 치는게 더 좋다. (이런데 안 오는 친구들을 끌고 오려다 한 대 맞는 것 포함.) 비행. 아직도 가끔 하지만 관중석에 누워서 저를 스치는 빗자루와 하이파이브 하는 게 더 즐겁다. (빗자루 건들지 말라고 죽도록 혼났다.) 공부. 진심으로 나쁘지 않다. 열심히 한다. '죽도록' 하지는 못하겠지만. 목적이 확실하고 결과물이 나오니까. 마법은? 어쩔 수 없지. 그래도 '마법사가 되고 싶다'는 결심은 아직 유효하다. 사건사고. 마법도 불안하다는데 진심? 가지 마. 하지 마. 징징징. 그러다가 뒤꽁무니에 매달려 따라가는 걸 보면 사실 이쪽이 본심이었나.

 

자라고 나발이고, 호그와트의 *마지막 신입생*인 탓에 영 막내티를 못 벗는다. (동급생 전원이 마지막 신입생임을 지적하면 귀 막는다.) 이거 내 탓이야? 불만이면 티 갈아입혀 주던가 나 만세하고 있을 테니까. 여전한 마리. 여전한 에드. 세상도 이대로였으면 좋겠다. 킹스크로스의 독백.

 

여기서부터 충격적인 비밀 : 사실은 불안하다. 마리에드도 ‘졸업’이 뭔지는 안다. 시간은 마법조차도 무시하고 제 갈 길을 가고 있고 세상은 언젠가 가닥이 잡힐 것이다. 그게 아니라면 세상에서 ‘이대로’라는 개념이 통째로 삭제되겠지. 그러면 난 다시 불안해야 할까? ... 그때 생각해 보기로 한다. 울까? 나 그거 잘 해. 아무것도 모르는 애처럼 팔짱 끼고 놀러 다닐까? 나 그거 수재야… 누가 울려주면 울고, 웃겨주면 웃기로 마음먹었다.

 

아무튼… 그래서? 솔직해지기로 하자. 마리에드. 진짜 일부러야? (나 한마디만 해도 돼?) 해봐. (사실 맨 처음에 했어.)

 

 


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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