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ng Day Journe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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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의 비마법사 사회
여러분이 아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은 2023년의 지구입니다.
팬데믹은 발생하지 않았고, 해리 포터는 소설 주인공이 아니라 마법사 사회의 위인이라는 것만 빼면요.
인터넷이 존재하고, 스마트폰과 틱톡, 인스타그램, 트위터 등의 SNS가 활발한 시대입니다.
다른 점이라면, 최근 인터넷 익명 사이트 등을 중심으로 ‘이능력자가 나타났다’, ‘외계인을 봤다’ 등의 목격담이 돌아다니고 있다는 점입니다. 물론 마법사들은 마술과 마법을 구분할 수 있기에 그게 정말 영상 필터 효과인지, 아니면 조약을 어긴 마법사인지 한 눈에 알아보겠죠.
2023년의 마법사 사회
혈통 차별 문제는 구시대의 유물입니다. 마법사를 혈통으로 구분짓는 사람들은 이제 존재하지 않습니다.
‘머글’ 이라는 표현은 사어입니다. ‘비마법사’와 ‘마법사’ 가 존재할 뿐이죠.
2023년의 마법사 사회에 닥친 새로운 문제는 혈통이 아닌 존속 자체에 관한 문제입니다.
마법사의 수 자체가 급격하게 줄어드는 데다가, 마법 역시도 안정적이지 않은 상황이거든요.
마법사들이 해당 현상을 연구하며 내놓은 가설들은 제법 다양하고 ‘불순한 목적을 지닌 마법사들이 꾸미는 일이다’ 등의 음모론도 알음알음 퍼지고 있습니다.
이와 별개로 마법 세계는 아직 평화롭습니다.
다이애건 앨리에는 여전히 사람들이 북적이고, 올해의 킹스크로스 역, 9와 4분의 3 승강장에서도 무사히 기차는 출발했습니다.
10여 년 전에는 더 이상 새로운 마법사가 태어나지 않는 게 아닌가, 하는 작은 소란이 있었지만….
호그와트의 신입생인 여러분이 버젓이 있는 지금, 그 또한 이제는 지나간 문제일 뿐이죠.
2023년의 호그와트
다만 우리 학년은 조금 특이합니다. 우선, 우리 바로 위 선배들이 2학년이 아닌 4학년입니다. 우리는 3년만의 신입생이라고 해요.
그 동안에는 무슨 일이 있었던 건지 모르겠습니다만….
그리고, 우리의 나이도 조금 달라요. 11살부터 14살까지로 다양한데다, 모두 영국 출신인 것도 아니에요.
가까운 곳에서, 대륙의 반대편에서, 혹은 태평양 너머에서 등 그야말로 전 세계에서 온 신입생들이 모였습니다.
다행히 우리는 모두 편지와 함께 동봉된 마법 통역 뱃지를 가지고 있습니다.
뱃지를 착용하고 있으면 의사소통은 물론이요, 글을 읽고 쓰는 데도 아무런 어려움이 없습니다.
물론 교수님들도 통역 뱃지를 착용하고 있습니다. 여러분이 한국어나 프랑스어로 적어 낸 레포트를 읽기 위해서는 교수님에게도 뱃지가 필요할 테니까요.
뱃지를 잃어버리거나, 몸에서 떼지 않도록 주의하세요. 아무도 당신의 말을 알아듣지 못하는 상황이 올 수도 있으니까요.
여러분은 비마법사 사회에서 살다 왔을 수도, 마법사 사회에서 살다 왔을 수도 있습니다.
2023년은 마법사들도 검은 망토를 벗고 스타벅스가 있는 거리를 지나가는 시대이기 때문에,
마법사 사회 출신이라도 비마법사들의 문화에 완전히 무지할 수는 없을 겁니다.
호그와트는 누구나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도록 디자인된 공간입니다.
마법이 걸린 건물 벽과 통로, 여러 시설이 움직여 어떤 사람이든 불편함 없이 지낼 수 있습니다.
호그와트는 변화무쌍한 공간이니까요.
하지만 단 하나, 호그와트가 지원하지 않는 것이 있다면 바로 인터넷입니다. 그야 호그와트 성 내부는 와이파이 존이 아니니까요.
근처에 통신탑을 찾아볼 수 없고, 위성도 작동하지 않습니다. 휴대용 통신 기기들도 성의 마법에 영향을 받아서인지 제대로 작동하지 않네요.
이게 못내 아쉬운 친구도 있겠지만, 괜찮습니다.
우린 호그와트에서 마법을 배울 마법사잖아요!